전통적인 분레에는 토마토와 함께 민물 게 페이스트, 쌀식초, 선지(후옛), 타마린드, 잇꽃나무의 씨(아나토), 깻잎과 스피어민트가 들어간다. 강한 산미와 허브향이 나는 분레는 잇꽃나무의 씨를 써서 낸 국물의 붉은 색이 특징. 르번미가 재해석한 분레는 고추기름을 써 특징인 붉은 색을 살리며 얼큰한 맛을 낸다. 고수 향이 은은한 국물의 매콤함을 토마토와 타마린드가 상큼하고 개운하게 마무리해, 술을 안 마셔도 해장한 기분이 든다. 껍질을 제거해 뭉근하게 끓인 토마토의 연한 조직이 입 속에서 허물어지며 과즙을 터뜨리는 식감도 별미. 수고스럽더라도 보기에, 또 먹기에 좋은 음식을 만들려는 주인장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사랑의 과일, 늑대의 복숭아, 남국의 감. 토마토의 이름은 하나지만 별명이 여럿이다. 주먹 크기의 탐스러운 열매는 얇은 껍질을 벗기면 과즙으로 가득하고, 물컹하고 끈끈한 점액질에는 처녀의 주근깨같은 씨앗이 알알이 박혀있다. 물이 흥건하고 관능적인 붉은 색을 띄는 토마토를 프랑스인들은 '사랑의 과일'이라고도 했다. 반면 독일에서 토마토의 별명은 ‘늑대의 복숭아’. 불길한 생김새를 띈 과실에는 필시 독이 있어 늑대만큼 위험하다 믿었다. 중국에서는 남쪽에서 온 감이라는 뜻의 ‘남만시’라 부른다.
씨가 있으므로 식물학적으로는 채소가 아니라 과일이지만(그래서 호박과 오이도 과일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토마토는 채소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왕이 과일을 금하자 군입거리가 궁해진 프랑스 귀족들이 슬쩍 토마토를 채소에 끼워 넣었다는 말도 있고, 초기 미국에서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채소로 분류했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풍부한 과즙과 입맛을 돋구는 새큼함, 아삭한 식감을 가진 토마토의 매력은 무궁무진.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 유럽에는 "토마토가 붉게 익을수록 의사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지금 가장 맛있는 토마토를 이용해 만든 세계 각지의 요리. 그릇 속에 든 한여름의 풍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