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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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ut 의견

남산길 자락, 해방촌의 재래시장이 최근 들어 후끈하다. 해방촌은 행정구역상 용산동2가와 후암동 산동네 일부 지역이 해당된다. 지금은 경리단길의 대안으로 새롭게 알려지고 있지만, 해방촌은 해방과 동시에 서울로 밀려든 이북 출신의 실향민을 최초로 정착시킨 이주촌의 역사를 안고 있다. 인도와 구분이 되지 않는 도로 사이로 마을 버스가 다니고, 세탁소와 슈퍼, 미용실과 이용원이 함께 있는 이 해방촌 꼭대기에 서울의 마지막 예술인 마을이 꾸며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목받는 곳이 신흥시장. 시장 내 빈 점포를 예술 공방, 청년창업공간 등의 젊은 공간으로 조성해 오래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으로, 이미 몇몇 공간들이 들어서 있다. 노홍철의 철든책방이 들어서며 더욱 화제가 되었지만, 신흥시장이 새롭게 알려지게 된 데에는 1년 여전에 오픈한 오랑오랑의 존재가 있다.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빈티지 프로밧 로스팅 기계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세컨드커피, 사이펀 등과 같이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에서 빈티지 로스팅 기계가 유행처럼 돌던 시기가 있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가장 담백한 라마르조꼬 리네아. 보난자 커피와 같은 머신이다.  브루잉(핸드드립) 추출은 칼리타 기본형 추출이다. 한국에서는 핸드드립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고 미주와 유럽에서는 ‘푸어오버’라는 표현이 자연스럽지만, 최근 들어 머신 이외의 추출을 모두 브루잉으로 통칭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칼리타 기본형 추출은 일본식 기사텐의 정취가 잘 묻어있는 커피의 추출에 가장 적합한 편이다. 

커피는 콜롬비아 브루잉과 카푸치노를 마셨다. 카푸치노는 별도로 스푼을 이용해서 거품을 소복하게 담는 드라이 카푸치노 형태다. 초콜릿 파우더를 살짝 뿌려서 우유 거품의 단백질 이취를 잘 막아준다. 전형적인 밀크커피의 특징답게 에스프레소와 스팀 밀크가 팽팽하게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핸드드립은 유리 저그에 담아서 데운 잔과 함께 담아준다. 커피가 아주 뜨겁지 않아서 커피 자체의 향기를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브루잉 커피는 수세식 가공을 하는 콜롬비아 특유의 깔끔함을 잘 묘사하였다. 특히 산미를 가급적 자제하였고, 일본식 기사텐 장인들이 선호하는 쌉싸름한 감칠맛이 도드라진다. 

오랑오랑에서 커피와 함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층과 3층 옥상의 공간. 오래된 탁자들과 의자로 꾸민 2층 공간은 아늑하고, 남산이 바라보이는 3층 옥상의 조망은 루프톱 파티를 해도 부족하지 않다. 공간이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해방촌의 느낌과 남산자락의 정취가 흠뻑 묻어난다. (하지만70도는 될 법한 계단의 경사도는 모험적이다)

앤트러사이트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안성현 바리스타와 함께하는 바리스타들역시 커피업계에서 잔뼈가 굳은 실력자들이다. 딱 1년 전만 해도 황량했던 지역이 오랑오랑 이후에 활기를 띄고 있다. 모처럼 보석 같은 공간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쓴이 JB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의 인증을 받은 큐 그레이더(Q-grader)이자 커피 및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여러 매체에 커피 관련기고를 하고 있다.

상세내용

주소
소월로20길 26-14
용산구
서울
가격
02-3789-7007
운영 시간
11:0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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