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택보다는 높고 갤러리아 포레보다는 낮은, 그 적당한 높이에 위치한 장미맨숀. 그곳의 옥상은 뭔가 다르다. ㄷ자 모양의 대형 테이블과 파라솔이 설치된 널찍한 옥상은 감탄할 만한 멋진 뷰를 자랑하진 않지만 나름의 멋이 있다. 옆집 옥상 빨래 건조대에 널려있던 속옷까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공간, 장미맨숀의 옥상은 서울의 ‘사색가’들에게 딱 맞는 곳이다.
장미맨숀은 3층 높이의 오래된 주택 한 채를 통째로 개조한 카페다. 빈티지한 벽돌 외관에 걸린 촌스러운 서체의 ‘장미맨숀’ 간판과 장미 넝쿨을 지나면 비로소 미로가 시작된다. 주문대를 찾는 것부터가 여정의 시작. 문이란 문은 다 열어보고, 사방으로 트인 계단에 올라가기를 몇 차례 반복한 뒤에 고급스러운 원목 문이 입구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부 곳곳에 마련된 좌석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빈티지한 가구와 식물, 럭셔리한 샹들리에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어디에서 찍어도 포토제닉감이다. 원래 주택이었던 점 때문인지,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은 오랜 시간 사람들을 붙잡아둔다. 추천 메뉴는 장미맨숀의 스페셜 라떼인 장미 카페라떼. 레드벨벳 시럽이 들어간 향긋한 맛이 인상적이다. 4가지의 디톡스 착즙주스 그리고 꼬치와 맥주로 구성된 루프톱스페셜세트메뉴도 직원이 자랑하는 장미맨숀의 인기 메뉴다.
경쟁하듯 너도나도 특색 있는 인테리어와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성수동의 많은 카페들을 뒤로하고 장미맨숀은 성수동의 인기 바톤을 이어받을 것 같다. 대림창고에 이어 어니언이 그랬듯 말이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는 성수역 주변 카페들을 벗어나 이제는 조금은 한적한 장미맨숀으로 가보자. 근방에 있는 서울숲의 맑은 공기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