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손칼국수

사계절 생각나는 서울 시내 콩국숫집 5

그 담박하고 수수한 맛에 가슴 떨려 하는 입맛 순수한 당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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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Mass 시절, 최자는 '쌀국수 그 맛을 아는' 게 '진정한 남자'라 노래했다. 2001년 당시 그럴듯하게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보다 훨씬 사실에 가까운 건 '콩국수 맛을 아는 게 진정 입맛 순수한 미식가' 정도가 아닐까.

콩국수는 특별한 향이나 동물성 재료 하나 들어가지 않는데도 확연한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다.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숨 쉬는 한 언제나 '인생 콩국수'를 찾는 '덕후'도 있는 것. 전자라면, 국물 만드는 재료도 고작 콩, 물, 소금 이렇게 3가지로 단순한 맛인데, 굳이 시내를 헤매며 여러 식당 콩국수를 찾아 먹는 건 비합리적이라 생각 할 거다. 하지만, 콩국수가 가진 단순한 조합에도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면은 얇은 소면인지, 굵은 칼국수 면인지, 아니면 둘 다 아닌 '제3의 면'인지. 콩 국물은 묽은 편인지, 걸쭉한지, 아니면 빡빡할 정도인지. 고명은 뭘 올렸으며, 간은 슴슴한지 혹은 센 편인지. 여기에, 설탕을 넣어 먹는 사람도 있고, 에디터처럼 면 대신 밥을 말아 먹는 사람도 있다. 콩국수에 필요한 유일한 반찬, 김치의 삭힘 정도도 빼놓을 수 없다.

콩국수를 어른 돼서야 먹어보고 좋아하게 된 외국인들은 이 음식을 두고, '적어도 몇 번은 맛보고 익숙해져야만 좋아할 수 있는(Acquired taste)' 한식이라 말한다. 이미 그 담박하고 수수한 맛에 가슴 떨려 하는 당신을 위해, 콩국수 하나 때문에 줄 서는 식당들을 모았다. 3대를 이어온 집에서부터, 허름하고 값싼데도 맛은 명품인 보석 같은 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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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손칼국수 - 7000원
만나손칼국수 - 7000원

냉면으로 유명한 오장동에서 유명한 면 또 한가지. 콩국수다. 구불구불한 길에 자리한 이곳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솥이 인상적이다. 단 한 명이 와도 꽤 커다란 접시에 겉절이를 수북이 쌓아 내주는데, 젓가락을 들자마자 이유를 알 수 있다. 액젓과 어울린 겉절이 양념이 맛깔스럽고, 서울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만한 적당한 쿰쿰함이 매력적이다. 콩국수는 밑간이 전혀 없이 나와서, 겉절이와 함께 푸근한 궁합을 이룬다. 면은 소면도, 칼국수 면도 아닌, 탄력 있는 쫄면이다. 을지로4가역에서 중부시장을 가로질러 이곳까지 오는 길엔 특별한 정취가 있다. 작은 테이블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이곳 안의 분위기에도. 가격까지 친근해서 자주 찾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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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옥 - 8500원
강산옥 - 8500원

청계4가와 5가 사이, 방산시장 안에 자리한 강산옥은 57년 동안 운영되고 있다. 수건, 포장재 도매상이 즐비한 거리. 입구부터 어둑한 건물 2층에 자리해 초행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위치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운영한다는 것. 적어도 2시에는 도착해야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정오가 지나면 줄 설 생각을 해야 한다. 이곳이 3대를 이어온 이유는 넉넉한 인심과 음식 양에 있다. 1960~70년대 강산옥을 기억하는 손님들 때문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흔한 게 콩국수지만, 소박한 공간에서 먹는 강산옥의 콩국수에는 그들에게 흔치 않은 위안이 담겨 있는 것. 그래서 단골들은 오늘도 무더위 속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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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자랑 - 1만 1000원
맛자랑 - 1만 1000원

콩국수 면을 메밀로 만든다. 국물은 걸쭉한 편. 끝 맛이 살짝 텁텁한 감이 있지만, 고소한 맛이 적당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이다. “우리 전라도에선 이렇게 먹어.” 50대 손님은 콩국수에 설탕을 넣으며 말했다. 소금간이 되어 나오는데, 비교하자면 진주회관보다는 약하지만, 순수한 콩국물 맛을 즐기는 사람에겐 세게 느껴질 것. 고명으로는 토마토를 쓴다. 토마토의 상큼한 맛과 아삭한 식감이 콩국물의 고소한 맛과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이 집에서 처음 알게 됐다. 하지만 1만 원이 넘는 가격을 생각하면, 웬만큼 콩국수를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가야 할 거다. 물론, “우리 동네에선 이렇게 먹어” 하며 자랑스레 시범을 보이고 난 후 계산까지 도맡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여의도 백화점 지하의 진주집. 시청의 진주회관과 더불어 서울 콩국수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상가 복도를 중심으로 세 개의 점포가 모두 진주집. 콩국수가 잠식한 지하세계 같다. 노랗고 걸쭉한 국물에 멜론 만한 크기로 국수를 말아낸다. 국수의 결이 안 보일 정도로 국물이 진하다. 가위로 국수를 잘라 콩국물에 잘 쓱쓱 비며 입으로 쏙. 엄청나게 고소하고 적당하게 짭조름한 국물, 생동생동 탄력 있는 면발은 기어코 그릇의 바닥까지 보게 만든다. 40년 전통의 내공이 가득 찬 콩국물은 약이다. 웬만큼 독하지 않고서야 이집 콩 국물 남기는 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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