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집밥’과 디저트로 입소문 난 플랜트의 2호점이다. 1호점보다 훨씬 큰 공간에서 식사 메뉴를 확대했다. 밝고 격식 없이 꾸며, 딱 음식 파는 카페 분위기다.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메뉴판을 보고 ‘꼭 이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주문은 테이블에서 받지 않고, 계산대에서 각자 하는 방식이다). 메뉴가 영어로밖에 쓰여있지 않아서 더 그렇다. 하지만 이곳 메뉴는 사실 간소하다. 크게 샐러드, 샌드위치, 채식 버거로 나눌 수 있다. 샐러드에는 호밀빵 두 조각이 함께 나오는데, 빵보다는 밥을 먹고 싶다면 렌틸콩이 들어간 부리또 보울이나 스튜를 주문하면 된다.
메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아프리카식 땅콩 스튜. 깍둑깍둑 썬 당근과 가지, 두부가 가득하고, 사프란을 넣어 지은 밥과 함께 나온다. 하지만 이름과 다르게 땅콩 맛은 느낄 수 없고, 재료가 풍성한 데 비해 감칠맛이 부족했다. 하지만 몸이 아플 때 생각날 듯한 ‘집밥'의 맛. 먹고 난 후 속이 정말 편안했다. 샐러드는 두 가지. 그중 그린 시저샐러드는 완전 채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평소에 먹던 시저 샐러드는 기대하면 안 된다. 하지만 드레싱에 치즈와 달걀,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안초비를 넣지 않은 대신 견과류 갈아 넣어 꾸덕꾸덕하게 만들었고, 흔히 시저샐러드에 넣는 크루통(빵을 조각내어 굽거나 튀긴 것)은 구운 병아리콩으로 대체해 식감과 영양을 높였다. 채식 치즈도 강판에 갈아 올렸다. 하지만 굳이 크리미한 것이 먹고 싶은 날이 아니라면, 샐러드 중에서는 후무스(으깬 병아리콩으로 만든 퓌레) 단호박 샐러드를 추천한다. 넉넉한 잎채소(케일) 위에 아삭한 식감이 남아있게 구운 단호박과 부드럽고 적당히 새콤하고 간이 딱 맞는 후무스까지 올려, 한 그릇에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은 듯한 건강한 포만감이 든다.
플랜트의 단골들이 음식을 먹을 때 잊지 않고 주문하는 것이 있다. 바로 비트, 셀러리, 아몬드, 블루베리 등을 넣어 만든 주스와 스무디다. 시원함은 물론이고, 눈이 맑아지며 피로가 풀리는 기분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맥주’라는 사람이라면 칠리 치즈(물론 채식) 감자튀김에 생맥주를 곁들일 수도 있겠다. ‘맥파이의 맥주는 비건이에요’라는 귀여운 문구와 함께 메뉴 한편에 쓰여 있는 크래프트 맥주 메뉴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