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에 절인 토마토를 갈아서, 씨와 껍질이 없도록 체에 걸러야 입자가 고운 퓌레가 완성된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맛은 수고를 들인 보람이 있다. 달달한 케챱 맛이 아닐까? 라며 농담한 것이 미안해졌을 정도다. 도쿄빙수의 맛을 결정하는 건 8할이 이 퓌레다. 얼음 위에 떡이나 팥, 과일 등 다양한 토핑을 올리는 한국의 일반적인 빙수와 달리, 이곳은 오롯이 얼음 위에 뿌린 퓌레의 맛으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눈송이처럼 고운 얼음가루를 소담하게 담고, 연유를 쭉 짜 넣고 노오란 콩가루 살살 뿌리며 반질반질 윤이 나는 단팥을 올린 팥빙수. 그릇의 바닥이 드러날 쯤이면 공기가 살짝 싸늘하게 느껴질 만큼 몸을 식혀주는 팥빙수는 여름을 책임지는 일등공신이다. 에스 짬뿌르, 할로할로, 바오빙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단팥을 넣은 여름 디저트는 흔하지만, 서양에서 팥빙수는 '괴식'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곡식의 일종인 팥을 달게, 그것도 얼음에 올려서 먹는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 보다 다양한 빙수에 대한 열망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팥빙수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흥 강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토마토로 만든 시럽을 쓰는가 하면, 자색 고구마를 턱 얹기도 한다. 열대과일에서 땅콩까지, 토핑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2017년 빙수계의 핫한 아이돌로 떠오른 '픽 미' 빙수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