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당에서나 볼법한 묵직하고 네모난 칼로 툭, 툭 돈가스를 썰어 내는 모습. 1986년 개업해 2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한성돈까스에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광경이다. 이유는 주문한 돈가스가 나오자마자 알 수 있다. ‘한입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기가 두툼한 것. 일반 돈가스 집에서 사용하는 나이프로는 한참을 씨름해야 했을 상상을 하니 무섭게 생긴 칼에 잘려 나오는 점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고기에 시선을 빼앗긴 채로 한 점 입에 넣었을 때, 에디터가 간과했던 이 집 돈가스의 또 다른 화려함이 드러났다. 바로, 어떤 고급화된 돈가스 식당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두드러질 정도로 기름을 쫙 뺀 튀김옷. 게다가 두께는 얇지도, 두껍지도 않으며 고기와 함께 조화로운 비율을 이룬다. 바삭한 식감을 놓칠래야 놓칠 수 없는 조건이다. 이렇게, 단출한 외관과 분위기 속에 정교한 디테일을 품고 있는 것. 30년 전통의 비결이며 명석한 전략이다. 곁들여 나오는 겨자와 돈가스 소스, 기분 좋을 정도의 단맛이 특징인 미소장국과 깍두기. 깔끔함이 느껴져 물으니 모두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라 한다.
처음 개발해 낸 레시피대로 대대손손 몇 가문 째 전해 내려오는 그 맛. 한국인에게는 역시 손맛 가득한 한식이 최고다. 맛으로 승부보는 서울의 숨어있는 오래된 맛집들. 평범한 듯하지만 다 먹고 뒤돌아서면 또 먹고 싶은 김치찌개부터 마약같은 중독성을 자랑하는 떡볶이와 부드러운 속살의 돈가스까지. 모두 개업한지 30년이 훌쩍 넘은 곳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