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가게가 즐비한 망원동을 걷다 보니 키 큰 잿빛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확실히 알려주는 간판은 없다. 외벽 위로 단순히 ‘817’이라 써진 사인이 전부다. 그나마도 소박한 모습이라, 얼핏 보면 단순한 건물번호 같기도 하다. ‘817’은 사실 이곳의 이름이자, 정체성을 나타내는 숫자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홈 스타일링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817 디자인 스페이스에서 2015년 문 연 카페인 것. 다분히 ‘힙스터스럽’게도, 음료를 주문하는 카운터는 넓은 창고 같은 공간을 지나야 만날 수 있다. 커피를 비롯해 생과일 주스와 에이드, 밀크셰이크, 로네펠트(Ronnefeldt) 브랜드의 차 등, 카페 메뉴가 다양하다. 케이크와 핫도그 등 간식도 준비돼 있다. 직원들이 매우 친절해서 주문을 하며 벌써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기분이 들뜰 일이 더 남았다. 시원한 느낌의 1층 공간도 좋고, 편안하고 아늑한 실내 공간의 2층도 좋은데,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루프톱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
옥상은 6층에 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것이 성가시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게다가 주문한 음료까지 기다렸다 들고 올라가야 한다), 곧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그만한 수고가 아깝지 않다. 동네에서 드물게 키가 큰 건물 탓에 망원동의 전경이 눈 아래로 막힘 없이 쫙 깔렸다. 멀리 바라보면 한강이 만드는 수평선까지 눈에 들어온다. 머리 위로 설치된 천막을 얌전히 뚫은 햇살이 따스하게 스미고, 지저분한 듯 매력 넘치는 망원동 길들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갑고 향기로운 로네펠트 차 한잔. ‘와’ 소리가 나오는 경험이다. 디자인 회사에서 운영하는 만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데, 당신이 앉았던 의자를 비롯해 눈이 갔던 소품이 있다면 카페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한 쇼룸에서 살 수 있다. 고작 10명에서 15명밖에 앉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817 워크샵의 루프톱은 망원동을 방문한다면 기다려서라도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