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뒷골목에는 늘 온기가 감돈다. 계림을 찾아간 어느 비 오는 날 저녁에도 종로 3가의 뒷골목에는 따스한 김이 자욱했다. 사람들의 줄이 길었는데, 백종원의 < 3대천왕 >에 나온 이후 더 길어진 대기줄이다. 지금도 메뉴판에 ‘닭도리탕’이라 적혀 있는 이 집은 앉자마자 주문을 받고 닭볶음탕도 바로 내온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담긴 닭볶음탕 위로 소복하게 올려진 건, 다름아닌 다진 마늘. 계림의 닭볶음탕 비밀은 바로 이 마늘에 있다. 새빨간 국물 대신 조금은 멀겋고, 덜 자극적인 이 집 닭볶음탕은 마늘이 많이 들어가 개운하면서도 텁텁함은 덜한 편이다. 매운 것을 아주 잘 먹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감내할 맛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매운 맛이 꽤 강하게 느껴진다.
국물은 오래 끓일수록 우러나서(초반엔 꽤 싱겁다), 닭을 다 건져먹고 난 다음 칼국수나 볶음밥을 시켜먹으면 된다. 단 볶음밥은 주중에는 오후 5시, 토요일에는 오후 2시까지만 주문할 수 있다. 일요일에는 아예 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가시길. 머리와 옷에 냄새가 배는 건 순식간이지만, 누구나 긴 줄을 감수하고라도 다시 찾아가는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