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카츠의 규는 쇠고기를 의미한다. 쇠고기를 두툼하게 잘라 높은 온도에서 재빨리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야 한다. 정통 규카츠를 판다는 고베 규카츠 홍대 본점을 찾았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영업을 재개하는 5시 전부터 이미 사람들이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선다.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들어서자 작은 매장에 빼곡히 놓인 테이블이 보였다.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좁아 직원들은 묘기하듯 음식을 들고 아슬아슬하게 통로를 오간다.
주물 재질의 화로가 나오고 곧 규카츠가 놓였다. 규카츠와 함께 밥과 미소시루, 감자 ‘사라다’와 양배추채가 나온다. 두툼하고 속이 발그레한 규카츠는 그냥 먹어도 좋고, 원하는 만큼 화로에 더 익혀 먹어도 좋다. 마요네즈에 와사비를 섞은 소스와 쯔유를 사용한 소스가 함께 나오므로 취향껏 찍어먹으면 된다. 우선 나온 그대로의 규카츠를 입에 넣었다. 레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질겨 입에서 한 조각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이집의 쇠고기는 와규, 즉 일본산 쇠고기가 아닌 미국산을 사용한다. 채끝살을 쓴다는데, 이부위는 구이나 스테이크를 해먹는 부위다. 힘줄을 제거하지도 않고 덜익히니 질길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고기 세 조각은 힘줄로 연결되어 아무리 해도 잘리지 않았다. 스테이크도 레어 정도의 굽기를 선호하지만, 이집의 규카츠는 레어 상태가 너무 질겨 익혀먹을 수밖에 없었다. 레몬즙과 설탕을 더해 새콤달콤한 쯔유 소스는 상큼하고, 고슬고슬한 밥도 맛이 좋다. 그러나 규카츠의 핵심은 쇠고기다. 소스가 아무리 맛있더라도, 쇠고기가 질기면 규카츠는 빛을 잃는다. 문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헤치며 나오는 길,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을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