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수입산 정제 밀가루에 길들여진 이들에게 노르스름한 빛깔의 면발은 낯설기만 하다. 입안에서 투박하게 흩어지는 면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기대 없이 한 숟갈 넘긴 국물이 의아할 만큼 시원해 고개를 들고 매장을 살펴보니
계산대 앞에 ‘구례 우리밀’이라고 적힌 포대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섬진강을 마주한 구례에서 재배한 국산 밀만 사용하는 것이 이 집의 강점. 정제밀로 빚은 부드러운 면발은 사실 제조 과정에서 밀 고유의 영양소가 대부분 탈락된 것이다. 씨눈을 함께 빻아 밀 자체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이 집의 면발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착지근하다. 다양한 산채나물을 얹은 산채보리비빔밥과, 육수가 일품인 바지락손칼국수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