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 10만원이 넘는 값비싼 오마카세와 초밥, 생선회, 타다키부터 만원이 채 안 되는 우동, 돈카츠, 타코야끼까지. 우리가 흔히 생각해온 일식은 큰 맘 먹고 가거나, 주머니 사정에 부담 없는 한 끼거나, 정말 모 아니면 도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불어온 일본 가정식 열풍으로, 모 아니면 도가 아닌, 일본 특유의 정갈함과 깔끔한 맛 그리고 적당한 포만감까지 갖춘 ‘걸’ 정도의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서촌에 자리잡은 누하의 숲에서는 일본인이 직접 만드는 진짜 일본 가정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거리가 조금 있고 약간의 언덕을 걸어야 하지만,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이 작고 아담한 일본 가정식 식당은 들어서는 순간, 그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차분함으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을 전해준다.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작고 귀여운 소품 하나하나가 집과 같은 아늑함을 전해주는 것.
식당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점심 시간 기다림은 필수다. 줄을 서는 동안 손님들에게 전달되는 두 가지의 런치 메뉴는 놀라우리만큼 단출하다. 누하의 숲의 점심 메뉴는 고정 메뉴인 A 치킨 남방 정식과 제철 재료를 사용해 매달 메뉴를 바꾸는 B 정식 뿐이다. 3월의 B 메뉴는 연어포테이토그릴.
A 치킨 남방 정식은 미야자키 스타일로 만든 튀긴 닭 가슴살로, 치킨까스를 연상시킬 수도 있지만, 카츠와는 달리 빵가루를 입히지 않고 닭고기 특유의 촉촉한 식감을 살렸다. 상큼한 식초가 어우러진 특제 수제 소스를 얹은 치킨남방을 큼지막하게 썰어 먹으면, 이 작은 공간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다. 함께 제공되는 샐러드 트리오(양배추, 상추, 으깬 달걀)와 아기자기 정갈한 반찬 역시 남길 것 하나 없이 맛이 좋았는데, 치킨 남방 소스의 풍미가 강하므로 굳이 치킨 남방과 곁들여 먹을 필요는 없었다. 누하의 숲을 다녀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곳의 밥에 대해 강조한다. 밥의 질감과 솔솔 올라오는 옥수수와 톳의 고소한 향이 특별한 옥수수 톳밥이다. 밥이 모자를 때는, 1000원을 추가하면 된다. 디저트로는 소량의 요거트와 얇게 썬 사과가 나와 깔끔하게 입가심하기에 아주 좋다.
주문과 동시에 정성 들여 준비되는 누하의 숲의 요리들은 모두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며, 화학 조미료 첨가 없이, 세계 각지에서 준비된 유기농 조미료를 사용한다. 또 모든 메뉴는 500kal 이내로, 건강과 몸무게 걱정 없이,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맛볼 수 있다. 미각을 만족시키기에는 가볍지만 만족스러운 집밥을 먹고 싶다면 누하의 숲을 추천한다. 혼밥하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으니, 담백한 일본 가정식이 먹고 싶을 때, 혼자서도 주저 말고 찾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