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ganae Gamjatang

뜨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날 때

공기가 쌀쌀해질 때만 국물요리가 생각나는 게 아니다. 전날의 과음으로 인한 숙취 때문에 고생하는 당신의 간이 당기는 것 역시 뜨끈한 국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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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김치찌개부터 매운탕과 국밥 뿐만 아니라 이색 탕 요리들까지, 국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다양하다. 지금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뜨거운 국물 요리를 모았다.

  • 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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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관
하동관
오래된 것에 정성껏 길들여지면 나오는 특유의 빛이 있다. 하동관에 가면, 그 은은하게 반짝이는 빛의 실체를 맛으로 눈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청계천 뒷골목에서 70년을 이어오던 가게는 재개발로 철거됐지만, 주인장은 명동으로 이전하면서 줄곧 써 온 나무 대문과 식탁도 고스란히 옮겨왔다. 오랜 단골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하동관의 곰탕은 몸이 허할 때나 마음이 헛헛할 때 찾게 된다. 방짜 유기에 고기와 토렴(밥에 뜨거운 국물을 붓고 따르기를 반복해서 밥을 데우고 국물 맛이 밥에 배도록 하는 것)한 밥을 가득 넣고 한우로 정성껏 우려낸 담백한 국물을 부어 뜨끈하게 낸다. 대파를 올리고 휘휘 저어 한입 후루룩 뜨는 순간, 입안으로 들어간 모든 것들이 나에게 "수고했어"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곰탕 먹는 중간에 "깍국 주세요!"라고 외쳐보자. 깍국은 하동관에서 통용되는 깍두기 국물의 줄임말이다. 새콤하고 알싸한 깍국을 곰국에 넣으면 개운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늦은 오후면 곰국이 다 떨어져 4시 30분 이후로 장사한 날이 없는 오래된 맛집이다. 안 먹어본 사람만 억울하다.
  •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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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정
은주정
김치찌개란, 본래 김치만 맛있으면 기본은 하고, 맛있자고 작정하면 그 한계가 무한대인 음식이다(라고 생각한다). 은주정은 김찌지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성지로 여겨지는 집이다. 사실, 이집은 찾아가기가 좀 힘들다. 방산시장 골목에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찌개 맛보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다. 한 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적인 맛이다. 한번 온 손님들은 누구나 다른 손님을 두꺼비처럼 업어온다는 사장님의 말이 이해가 간다. 30년간, 한자리에서 장사한 사장님의 내공이 시큼하고 달큼한 찌개 국물의 최적의 비율을 찾아냈다. 두툼한 생고기가 들어가는 것도 한몫 한다. 게다가 생고기 싸 먹으라고 야채 쌈도 푸짐하게 낸다. 점심엔 김치찌개만 팔고 저녁엔 삼겹살을 위주로 김치찌개를 곁들여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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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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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왕곱창
장호왕곱창
서울에서 가장 인정받기 어려운 음식이 김치찌개다. 집에서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 엄마가 만든 김치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손님마다 제각각 다른 김치에 대한 취향을 객관화시켜 점심시간마다 줄을 세우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전북 고창에서 재배한 김치에 새우젓, 고춧가루, 다진 마늘, 황석어 액젓을 넣고 담근 묵은지를 1년간 숙성시킨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 가득 묵은지와 돼지 앞다리살, 파와 양파를 수북이 담고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 김치 국물, 물을 넣고 팔팔 끓인다.' 여기까지가 세상에 알려진 장호왕곱창 김치찌개 레시피다. 그런데 집에서 아무리 비슷하게 끓여봐야 같은 맛은 나지 않는다. 신기한 일이다.
  •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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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심야식당
만화 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라고 써 붙여놔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심야식당’이주는 일종의 위안을 기대한다. 그리고 밤 늦게까지(새벽 5시) 문을 열고, 손님이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할 수 있다(재료가 있는 한에서)는 점에서 이곳은 만화 속 심야식당과 닮았다. 권주성 셰프가 이끄는 심야식당에는 여행과 음식이 담겨 있다. 그가 100여 개 도시를 다니며 경험한 음식을 그의 방식대로 재창조해낸다. 똠얌꿍과 일본의 돈코츠, 나가사키 육수를 배합해 만든 ‘이태원탕’, 채 친 감자 위에 계란 반숙을 올리고 치즈를 강판에 갈아내는 ‘스위스 감자전’ 등이 대표 메뉴다. 이밖에도 돌아온 대박 새우장, 14주 동안 숙성한 생햄, 한라산과 태국의 창(Chang) 맥주를 섞은 폭탄주, 주님의 동반자인 여명 선생까지 위트 넘치고 맛있는 안주와 술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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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오동도
여수 오동도
장어탕, 말만 들어도 비리고 느끼할 것 같다. 그러나 먹어보지 않은 자여, 입을 다물라. 장어탕을 처음 먹어 본 그 시점을 기준으로 인생을 나눌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맛이다. 비린 맛은 없고, 얼큰하고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며, 묵직하고 든든하다. 보양식인 장어가 탕 속에서 자신의 뼈와 살과 기를 모두 녹여낸 맛, 대체 뭘 넣고 어떻게 조리했기에 이런 맛이 날까 싶다. 이 집은 나만 알고 싶다. 붐비고 줄 서서 못 먹으면 너무 슬플 것 같지만, 나만 알고 있다는 것이 죄책감이 들 정도로 훌륭한맛이다. 장어탕 뿐 아니라 서대회도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서대는 여수와 남해 일대에서만 잡히는 물고기다. 신선한 야채와 함께 막걸리를 삭힌 식초와 고추장에 양념해 새콤달콤 상큼하게 먹는다. 장어탕이나 서대회나 서울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라, 더 귀한 집이다. 호방하고 유쾌한 사장이 매주 여수까지 가서 식재료를 공수하는 살뜰하고 성실한 집이다. 주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 재료 이야기, 음식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다.
  • 연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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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네 감자탕
송가네 감자탕
지금의 장소에서 23년째 성업중인 홍대 인근의 대표 맛집이다. 창업 초기엔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감자탕만 팔았다. 진하게 우려낸 얼큰한 육수의 맛이 깊어 가게가 날로 번창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쁜 택시기사들이 식사 시간을 단축할 만한 메뉴를 요구했다. 보쌈을 내기 시작했다. 주인은 단가를 따지지 않고 맛으로 승부하기로 다짐하고 만들었다. 보쌈도 불티나게 팔렸다. 다른 메뉴를 찾는 손님을 위해 겨울엔 굴, 여름엔 한치회를 메뉴에 올렸다. 감자탕과 보쌈 둘 다 맛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두 메뉴를 한꺼번에 푸짐하게 올린 ‘잔칫상’도 선보였다. 주인장은 성공의 비결이 손님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 까닭이라며 겸손해 한다. 하지만 진짜 비밀은 맛이다. 깻잎 향이 진하게 밴 얼큰한 감자탕 국물은 아무리 배가 부른 상태라도 뚝배기의 바닥을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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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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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웅가
차웅가
친구들과 한식집을 고르다 짜증난 적이 있는지? 누구는 맛있는 비빔밥을 먹자고 하고, 누구는 고기를 구우면서 막걸리와 밥을 먹자고 한다면? 이럴 때 ‘차웅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모든 분쟁이 자연스레 해결된다. 1인 반찬으로 각각 나오는 메뉴에는 불고기 한주먹에서 어머니 통종찜닭까지 골고루 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모두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곳이다. 차웅가의 주인은 영화감독 출신의 김진한 대표다. ‘어머니와 고등어’, ‘나물먹는 곰’ 등 홍대 앞에서만 10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해왔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문을 연 곳이 차웅가다. 모든 음식은 김진한 대표의 어머니인 차강득 여사가 하신다. 차웅가의 진짜 주인이다. ‘차 할머니’는 현재 팔십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마솥에 밥을 하고, 12시간 동안 곰탕을 끓인다. 어머니가 매일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진정한 밥집인 셈이다. 차웅가는 90년이 넘은 한옥의 문짝과 창살 그리고 자그마한 한국식 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정말 아름답다. 번잡한 홍대의 한 복판에 이런 한옥이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전통가옥의 멋을 간직한 고급스러운 식당임에도, 점심 특선을 1만원 안팎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리의 발길을 끄는 요소다.
  •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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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식당
부산식당
부산식당은 인사동 토박이들의 단골집이다. 예로부터 인사동 인근의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밥값 대신 습작을 받거나 외상을 주는 등 예술가들을 알게 모르게 후원한 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인심도 후하지만 생태 매운탕, 대구 매운탕을 여기만큼 얼큰하고 시원하게 끓이는 집도 드물다.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해장하러 왔다가 그 맛에 넘어가 다시 술을 부르는 술도둑이기도하다. 손님에게 언제나 갓 지은 밥만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문하면 밥을 짓기 시작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은 대략 20분, 생태탕이 팔팔 끓고 5분 정도 더 기다리면 된다. 정성을 가득 담아 갓 지은 밥을 먹는데 20분 정도는 흔쾌히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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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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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옥
청진옥
1937년 대한민국 해장국의 역사를 시작한 곳. 서울식 선지해장국의 깔끔한 맛은 기나긴 세월 술꾼들의 한결같은 지지를 받아왔다. 선짓국은 말 그대로 소의 피인 선지를 넣고 끓인 국이다. 사골을 오래 고아 선지, 콩나물, 무 등을 큼직하게 썰어넣고 된장으로 간을 하여 다시 끓인다. 청진옥의 해장국은 기본에 충실하다. 선짓국 특유의 흑갈색 국물은 콩나물과 우거지에서 나오는 시원한 맛과 함께 질 좋은 고기를 오래 끓여내서 얻어지는 은근한 단맛이 특징이다. 팔팔 끓여내지 않고 적당한 온도로 토렴을 해서 내오기 때문에 섬세한 국물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내포(내장) 수육을 곁들여 소주를 마시고 뜨끈한 국물로 즉석에서 해장을 하는 ‘원스톱’ 음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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