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프렌치 파인다이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인 류니끄. 창의적이고 독특한 메뉴들로 점철된 류니끄를 이끄는 류태환 셰프는 ‘유니크한’ 곳이 하나 있으니, 그 반대선상의 ‘노멀한’ 곳도 만들고 싶었다고, 이곳 ‘노멀 바이 류니끄’를 소개했다. 류니끄보다 캐주얼하게 만든 두번째 레스토랑. 그래서 이곳은 정말 노멀(평범)한가?
분위기는 한껏 가벼워졌다. 2층의 길고 좁은 실내는 규모도 작고, 테이블도 다섯 개가 전부. 주방 앞쪽 테이블에 앉았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환기가 너무 안 돼서 곤욕스러웠다. 먹는 와중에 환기는 훨씬 나아졌지만, 내게는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가장 힘든 방해 요소였다.
음식은? 결코 ‘노멀’하지 않다. 류니끄보다는 훨씬 힘을 뺐다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선보이는 저녁 코스는 10가지로 나온다. 아뮤즈부시부터 스타터, 메인, 디저트까지 웬만한 파인다이닝급 코스다. 류태환 셰프의 욕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라이스 페이퍼에 단새우를 넣은 과콰몰리 아뮤즈부시를 시작으로 향긋한 오이주스를 부어 아삭아삭 씹어먹은 토마토(와 귤, 딸기) 샐러드, 호박 에스푸마로 만든 스프, 오리다리를 넣은 토마토 소스의 토르텔리니, 사과 슬라이스를 곁들인 돼지삼겹 등 다양한 코스 음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다 알고 있는 재료임에도 함께 어우러진 소스와 음식들이 마치 처음 맛보는 것처럼 특별함을 주는 건 여전했다. 메인은 30일 이상 드라이에이징한 오리를 껍질은 바삭하게 굽고, 햇양파 안에 버섯을 넣은 오리다리콩피나 파를 태워서 만든 커리플라워 크림의 채끝 등심, 달고기 생선요리 중 선택할 수 있다.
진중하고 격식 있는 류니끄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끔 음식들은 단품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점심코스(12만원)와 시그니처 저녁코스(23만원) 한가지씩만을 내는 류니끄는 사실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가기 힘들다. 류태환 셰프의 열정은 그대로 담되, 가격의 힘을 뺀 10코스 디너나, 하나하나의 창작적인 음식을 단품으로 즐길 수 있는 노멀바이류니끄는 그래서 반갑고 특별하다. 류태환 셰프의 음식이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노멀 바이 류니끄가 훨씬 쉬운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