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산 초등학교 담벼락에 기대 반대편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이 보인다면 르번미에 제대로 도착한 것이 맞다. 담백하고 깔끔하며, 누구든지 즐길 수 있는 베트남 음식을 내는 이곳에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프링롤(짜조)에 곁들이는 칠리소스는 마요네즈를 섞어 고소함을 더했고, 호불호가 갈리는 피시소스(느억맘)와 고수는 최대한 절제한다. 베트남 정통식이라기보단 대중적인 ‘르번미식’ 요리는, 평일 낮에도 대기자가 긴 줄을 이룰 정도로 사랑받는다. 토마토 쌀국수인 분레 역시 마찬가지. 전통적인 분레에는 토마토와 함께 민물 게 페이스트, 쌀식초, 선지(후옛), 타마린드, 잇꽃나무의 씨(아나토), 깻잎과 스피어민트가 들어간다. 강한 산미와 허브향이 나는 분레는 잇꽃나무의 씨를 써서 낸 국물의 붉은 색이 특징. 르번미가 재해석한 분레는 고추기름을 써 특징인 붉은 색을 살리며 얼큰한 맛을 낸다. 고수 향이 은은한 국물의 매콤함을 토마토와 타마린드가 상큼하고 개운하게 마무리해, 술을 안 마셔도 해장한 기분이 든다. 껍질을 제거해 뭉근하게 끓인 토마토의 연한 조직이 입 속에서 허물어지며 과즙을 터뜨리는 식감도 별미. 수고스럽더라도 보기에, 또 먹기에 좋은 음식을 만들려는 주인장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땡볕 아래서의 오랜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수고를 들여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 르번미가 사랑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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