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8번 인근의 좁은 골목은 평일 저녁 9시가 다 되도록 사람들로 북적인다. 본관은 물론 별관까지, 만족오향족발은 가득찬 손님으로 왁자지껄하다. 미쉐린 코리아 2017에서 빕구르망, 즉 합리적인 가격의 맛집 등급을 받기 전에도 이곳은 향긋하고 쫄깃한 족발로 유명했다.
돼지고기의 누린내는 족발에 가장 치명적인 요소다. 족발은 갓 조리되어 따끈따끈할 때는 맛있지만, 식으면서 누린내가 나기 시작한다. 이 냄새를 잡기 위해 마늘이나 매운 양념을 첨가하기도 한다. 앉자마자 상이 차려진다. 사발 가득 담긴 채썬 양배추는 투명한 마늘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이곳에서 직접 만두를 빚어 만든 만둣국이 끓을 무렵, 방짜유기에 담긴 족발이 나왔다.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놋을 사용해 만든 그릇, 유기는 보온 효과가 뛰어나기도 하지만 은은한 광택이 멋스럽다. 갓 나온 족발이 뜨겁지 않아 의아했는데, 족발은 식어도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향이 강한 다섯가지 향신료, 팔각, 정향, 진피, 산초, 그리고 계피를 사용해 냄새를 잡는다. 강하되 인공적이지 않은 향신료와 함께 고기가 무르도록 끓인다. 그덕에 살코기는 젓가락질에도 부숴질 만큼 부드럽고, 옻빛의 껍질은 찰기있게 이에 감긴다. 씹으면 향긋한 한약 내음이 입안에서 퍼지는데다,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해 물리지 않는 것은 오향을 사용한 조리법의 큰 장점이다.
함께 나온 만둣국 속의 만두도 담백하지만 자꾸 손이 간다. 살코기와 파, 마늘만을 넣어 한국식 만두라기보단 중국식 만두인 완탕 느낌이다. 호로록 한 입에 먹기 딱 좋다. 누가 그랬던가. 안주가 맛있으면 술이 취하지 않는다고. 앉은 사람들은 불콰한 얼굴로 떠들며 밤늦도록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만두와 족발은 모두 포장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