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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인근에 있는 보기 드문 홍차 전문점이다. 낡은 듯한 나무 테이블과 물 끓는 소리, 작게 들려오는 재즈 음악이 분위기 있다. 진열장을 채운 잔과 접시, 나무 선반에 놓인 여러 홍차 브랜드들의 틴케이스도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세계 곳곳의 다원에서 직접 수입한 차를 선보이고 이를 소분해 판매하기도 하는 티에리스는 6년 전 문을 열었다. 홍차 전문 카페로 운영되며, 티 클래스나 티파티를 진행하기도 한다. 산지에서 직접 엄선해 수입한 차 위주로, 유명 홍차 브랜드들의 가향차와 유기농 허브차까지 30여 가지의 차를 맛볼 수 있다. 티에리스의 오리지널 밀크티는 짜이(인도식 밀크티) 스타일의 진한 밀크티다. 아삼 홍차 잎을 듬뿍 넣고 장시간 끓인 다음 하룻동안 숙성시켜 만든 원액을 베이스로 한다. 단맛은 강하지 않고 씁쓸한 맛이 있다. 오리지널 밀크티 원액은 판매도 해 우유만 있으면 집에서도 이 맛을 낼 수 있다. 조금 더 부드럽고 가벼운 맛을 원한다면 얼그레이 밀크티인 런던포그 밀크티를, 향신료에 거부감이 없다면 카다멈, 생강, 계피 등을 블렌딩해 만든 마살라 밀크티를 추천한다.
익선동에 위치한 프루스트는 향기 체험 숍 겸 홍차 카페다. 계산대를 기준으로 공간이 둘로 나뉘는데, 한쪽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고 반대쪽에서는 향을 테스트하고 향수, 디퓨저, 캔들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음료 메뉴는 단출하다. 아삼티를 베이스로 한 로열 밀크티와 연유를 넣은 타이 밀크티, 그리고 장미향을 더한 가향차 한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는 로열 밀크티가 가장 인기 있다. 선인장에서 추출한 아가베 시럽으로 당도를 맞춘 게 특징인데, 달지 않고 가볍고 은은하다. 아이스 로열 밀크티는 예쁜 병에 담아 판매해 소유욕을 더욱 자극한다.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프루스트 현상에서 따온 이름답게 이곳의 홍차와 마들렌의 결합한 세트 메뉴도 있다. (프루스트 현상은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 유래했다. ) 프루스트는 익선동의 여러 가게가 그러하듯 한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나무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자그마한 안뜰과 내부가 보이는 형태다. 기와지붕과 기본 골조는 살리고, 전체적으로 하얀 페인트를 칠한 뒤 유리와 금속장식을 활용해 꾸며 깨끗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다.
시간의공기는 조용히 시간 보내기 좋은 아늑한 분위기의 작은 카페다. 커피와 차, 케이크 등 다양한 메뉴를 알차게 갖췄는데, 무엇보다 밀크티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차이 홍차 잎을 우려서 만든 이곳의 밀크티는, 홍차의 풍미와 우유의 부드러움, 당도 모두 적당하다. 우유 거품도 풍성하게 올렸다. 우유 거품 위에 말린 찻잎을 가루 내 솔솔 뿌렸는데, 겉보기엔 영락없는 카푸치노다. 프렌치 프레스를 이용해 손으로 힘겹게 만든 우유 거품은 밀도가 높고 묵직하다. 시간의공기는 시적인 이름답게 책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벽걸이 선반에는 서른 권 정도의 책이 놓여있는데, 장 그르니에의 < 일상적인 삶 >이나 패티 스미스의 < 저스트 키즈> 등 좋은 책이 많다. 빈손으로 가볍게 나와 밀크티를 마시며 이 책들을 읽어도 좋겠다. 시간의공기는 한적한 골목에 숨어있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 반해, 상수역과 합정역 사이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불어로 ‘시간의공기(L'air Du Temps)’가 쓰인 간판을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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