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여 분을 달려 간 양평. 그곳에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와 식재료로 요리하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레스토랑이 있다. 지붕을 제외하고 사면이 통유리로 된 그림처럼 예쁜 건물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연이은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날임에도 건물 안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이곳의 주인 곽상용 대표를 만났다. “우리 밭에서 나는 것과 풍부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요. 과일, 채소, 생선, 이런 것들은 제철에 제일 맛있으니까요.” 샐러드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채소는 텃밭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다. 텃밭의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 소스 파스타는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다. 토마토 통조림으로 만든 파스타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토마토가 제철인 8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하절기와 동절기, 농작물을 키우기 어려울 땐 주변 농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세 번 곽상용 대표가 직접 장을 본다. 파스타에 들어가는 어패류는 하남수산시장에서, 스테이크용 고기는 마장동에서 구입한다. “우리가 쓰는 고기는 다른 고깃집하고 달라요. 마블링(Marbling)보다 티슈(Tissue)가 중요해요. 45일에서 60일 동안 지하에서 저온 숙성하거든요.” 달걀은 곽상용 대표가 친구처럼 키우는 10마리 닭이 낳은 유정란이다. 텃밭에서 방금 따온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다. 토마토가 이렇게 시큼했나? 바질의 향이 이렇게 진했나?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맛을 음미하게 된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텃밭도 훌륭한 정원이다. “채소도 정원의 꽃처럼 키울 수 있어요. 모든 채소가 꽃을 피웁니다. 상추도 꽃이 피죠. 루콜라 꽃은 황홀하게 예뻐요.”
사실 봄 파머스 가든은 텃밭과 레스토랑, 그리고 갤러리와 야외 공연장이 있는 커다란 정원이다. 곽상용 대표가 2년간의 기획, 2년간의 시공을 거쳐 3년 전 오픈했다. 스스로를 정원사라고 소개하는 그가 직접 가꿨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그의 정원에서 꽃과 나무는 원래 있었던 것처럼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다. 봄 파머스 가든을 거닐다 보면 다른 정원 혹은 수목원과 다른 점을 발견한다. 식물의 학명이 적힌 표찰이 없다. “여기까지 와서 공부할 필요는 없어요. 여기는 쉬는 곳이에요. 표찰을 달면 사람들이 그거만 쳐다보고 가요. 큰 걸 놓쳐요. 항상 제가 있으니까 그냥 저한테 물어보시면 돼요. 그럼 제가 이름만 가르쳐드리겠어요? 언제 꽃이 피고 어떻게 번식하는지 다 가르쳐드리죠.” 시커멓게 탄 얼굴로 곽상용 대표가 웃었다. 봄 파머스 가든이 가장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것은 4월이다. 65년 된 벚나무 군락지 덕분이다. 탁 트인 시야와 푸른 나무, 멀리 보이는 남한강에 큰 숨을 내쉬게 된다. 도시에서 결코 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