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음식이라니, 당신의 머릿속엔 우선 두 단어가 떠오를 수 있다. 만두와 냉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개성만두나 평양냉면은 현재 서울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북한 음식이다. 특히 평양냉면은 단순히 ‘평양 지방의 향토 음식’을 넘어선 지 오래. 평양냉면을 즐기는 취향이 미식가임을 증명하는 표식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가 한국 음식의 전부가 아니듯 북한 음식도 그렇다. 평양, 개성, 함흥 등 지방마다 특색 있는 음식이 있다. 또한 단순히 ‘심심하다’고 표현되는 맛이 북한 음식의 특징일까? 북한식품전문가 이애란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 음식은 다 심심하다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별로 달라요.” 동해에서 잡히는 생선과 서해에서 잡히는 생선이 다르고, 평안도나 황해도는 벼나 옥수수 같은 곡식이 잘되는 반면 함경도는 감자 농사가 잘된다. 지역마다 식재료가 달라 발달된 음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반룡산의 정상혁 대표는 함경도 지방의 음식을 설명하며 지역을 조금 더 흥미롭게 나눴다. 관동, 관서, 관북지방으로 나누고 함경도 함흥의 음식과 강원도 속초, 강릉 음식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음식도 38선으로 나눌 수 있을까? 북한 음식점을 취재하며 끊임없이 북한 음식에 대해 물었다. 우리 음식과 다른 점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한반도가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으로 나누어졌다고 음식도 둘로 딱 떨어지는 건 아니다. 지금껏 인위적인 선으로 둘을 구분 지은 건 아닌지 한번 생각해보자.
Q&A: 동무밥상의 윤종철 요리사
18살 때 조선인민군에 입대하니 나를 평양 옥류관에 데리고 가더라. 그곳에서 4개월간 교육받고 장성급 전용식당에 배치받아 11년간 요리를 했다. 요리사는 꿈도 안 꿨다. 남자가 요리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했다.
한국에는 언제 왔나?
98년도에 왔다. 10여 년 동안 군대에서 부유한 모습을 봤기 때문에 세상이 많이 발전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회에 나오니까 그게 아니더라. 강도나 도둑질 아니면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중국에 돈 벌러 갔다. 그런데 중국에 가니까 한국 사람을 부러워하는 거다. 한국에서 한번 벌면 평생 먹고산다길래 나도 한번 가보자 마음먹었다.
한국에 와서 바로 요리를 시작한 건가?
아니다. 부끄러워서 요리는 안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배운 게 요리밖에 없지 않나. 한 식당에 찾아갔다. 요리사라는 말은 안 하고 그냥 일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는데, 그곳에서는 요리를 배울 수가 없겠더라. 여기 요리엔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 원재료의 맛이 없어진다. 이렇게 있다가는 북한 요리도 잊어버리겠다 싶었다. 그리고 한 3년 전부터 호야쿡스(쿠킹스튜디오)에서 북한 요리를 강의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동무밥상의 요리가 현재 북한에서 파는 요리와 같은 맛이라고 할 수 있나?
정확하게 같다. 여기에서 재료가 하나 빠진다면, 산미나리 열매. 산미나리 열매를 갈아서 고급 고기 요리에 쓰곤 하는데 그게 없다.
사람들이 북한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나?
음식을 떠나서 우리 집에 온 분들에 대해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당신들은 북한 음식을 먹으러 온 게 아니라 통일을 앞당기는 사람들이다. 어쨌든 그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관심이 있는 거지 않나. 사람이 제일 가까울 때가 밥상에 앉았을 때다. 나는 이게 통일 밥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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