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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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ut 의견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아빠의 퇴근길에 사다 달라 부탁을 한다. 집에 도착한 아빠가 내민 검은 봉다리 속을 두근대는 마음으로 확인해보면, 이런! 팥 아이스크림부터 우유 아이스크림까지, 세상에 꼭 아빠의 입맛에 맞는 것들뿐이다. 원하던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아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있으면 또 맛있게 먹게 된다. 서울역그릴은 딱 그런 곳이다. 1925년 서울역사(구 경성역)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경양식집으로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 식당이지만, 오래된 역사가 곧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란 점.

주문한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 뿐만 아니라 모든 메뉴는 스프부터 샐러드, 커피, 음료까지 코스로 내어준다. 식전 스프는 밤이 섞인 치즈맛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워 식사 전 속을 달래주기 충분하지만,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 모두 특색 있는 맛은 아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으로 오히려 심심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 돈까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씹는 맛은 좋았으나 온기 없이 식은 채로 서빙되어 아쉬웠다. 높은 가격에 비해 맛에서는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직원들은 친절했다. 홀을 자주 돌며 필요한 사항에 대해 대응하는 듯 노련했지만 식사를 다 끝마치기도 전에 ‘식사 다 하셨죠?’ 하며 급하게 접시를 가져가는 상식 밖의 서비스를 보여 당황스러웠다. 동양만큼이나 식사 예절을 중시하는 서양의 요리를 대한민국 최초로 선보였던곳에서 나이프와 포크 위치만으로도 고객이 식사 중인지, 마쳤는지는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식의 재빠른 서비스가 그들의 ‘노련함’이라면 할말은 없지만. 고풍스러운 홀을 채우고 있던 기품 있어 보이는 장년과 백발 손님을 보니, 팥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하던 아빠의 말이 떠오른다. 서울역그릴은 딱 아빠의 입맛에 맞는 곳이다.

상세내용

주소
4층
청파로 378
용산구
서울
가격
함박스테이크 2만2000원, 돈까스 1만3500원
운영 시간
매일 10:3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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