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는 해와 달의 모양을 품은 호수 일월담이 있다. 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에서 온천욕을 하며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는데, 타이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행지였다. 소월길 밀영에서 일월담홍차와 타이완 홍차가 메뉴에 있는 걸 보고 주인에게 물었다.
“타이완 홍차를 좋아하시나 봐요?”
““타이완 차를 좋아한다기보단 타이완을 좋아해요. 타이베이에는 오래된 집들이 많은데, 안을 또 세련되게 잘 만들어놨잖아요. 저는 타이완이 후암동 같아서 좋아요.”
후암동 종점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은 직장 때문에 몇 번이나 이 동네를 떠났지만, 결국 다시 후암동으로 돌아와 카페를 열었다. 이 카페가, 그리고 이 동네가 유명해지지 않기를 또 5년째 바라고 있는 주인은 아내와 함께 여러 케이크와 양과자를 직접 만들고 굽는다. ‘카스테라는 언제나 오월’, ‘봄날 머랭’, 퐁당쇼콜라 등 이름도 귀여운 양과자들이 진열장에 가득하다. 타이완을 컨셉트로 한 곳은 아니지만, 따뜻한 꽃향과 은은한 단맛이 좋은 일월담홍차나 차벌레가 갈아먹은 차잎에서 꿀 같은 달콤한 향이 나는 밀향홍차(타이완 홍차다)를 맛보고 싶다면, 꼭 들러볼 곳이다.
후암동 종점에서는 은근 명소인 이곳을 찾는 단골도 적지 않다. 단골 중에는 조용히 앉아서 몇 시간씩 책을 읽다 가는 사람도 많다. 그들이 기증한 책도 많으며, 중고책으로 살 수도 있다. 매주 일요일에는 책모임도 갖는다. 카페에는 주인과 단골들의 취향으로 이루어진 도시인의 필독서와 죽기 전에 읽어야 할 명서들이 가득하다. 신통하게도 “아, 이거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생각했던 책들만 쏙쏙 꽂혀 있다. 동네를 향한 창문이 활짝 열린 카페의 한낮은 너무 사랑스럽다. 하루종일 앉아서 책을 읽다 가고픈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