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문래의 주인장이 운영한다는 밥집이다. 오래된 집을 개조해서인지 친구 집에 온 것처럼 포근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손때 묻은 나무 장롱에서는 세월의 멋이 폴폴 풍긴다. 예스러우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분위기가 음식에도 담겼으면 좋으련만, 퓨전 밥집을 표방한 이곳의 음식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2할 부족한 맛’이다.
양파 스프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이다. 양파를 오랫동안 저온에서 볶는 캐러멜라이즈 과정을 거치면 양파에 있는 매운 맛은 빠지고, 당분은 증가해 특유의 감칠맛과 단맛이 난다. 이곳의 감자양파스프는 감자 퓌레에 볶지 않은 생양파를 넣었는데, 맛이 담백한 감자를 압도한 양파 때문에 감자 입자의 껄끄러움과 양파의 매운 맛이 섞였다.
마늘 장아찌 또띠야 피자도 마찬가지다. 얇은 또띠야를 겹쳐 그 사이에 다진 마늘 장아찌를 넣었는데, 매운 맛이 너무 강해 다른 재료를 압도한다. 생마늘을 주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그 매운 맛과 지나치게 강한 향 때문이다. 게다가 절인 마늘과 치즈를 함께 넣으니 지나치게 짤 수 밖에 없다. 볶아서 영양분을 파괴하는 것이 싫었다면 마늘을 솥에 쪄서 스프레드로 만들거나, 시럽을 뿌려서 짠 맛을 중화시켰어도 될 일이다.
이름이 귀여운 말랑 토닉은 오미자와 진토닉이 섞여 달달하고 상큼했지만, 먹을 수도 없는 말린 오미자를 왜 넣었는지는 의문이다. 주인장과 만나 물어보려 했지만, 재료 준비로 바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공간은 너무나 아름답고, 재료도 좋다. 그러나 보다 나은 조리법을 한번 더 생각하는 자세의 부족이 아쉬운 음식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