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과 이태원을 잇는 언덕에 있는 카페다. 회색 건물의 전면에서 보이는 인테리어는 최소한의 색만을 사용해 모던하고 날렵한데, 외로운 듯 하면서 손님을 반기는 듯도 하다. TV 프로그램 < 마이 리틀 텔레비전 >, 일명 마리텔의 열렬한 시청자라면 알겠지만 이곳이 쇼에 등장한 바로 그 카페다. 계산대에 놓인 폴라로이드 크기의 메뉴 카드에도 작게 마이 리틀 텔레비전 로고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주인장이자 바리스타인 이강빈은 국제적인 온라인 미디어에도 꽤 등장한 커피 아티스트로, 크레마트(크림과 아트의 합성어, 더치 커피 위에 두껍게 올라가는 스위트 크림에 그림을 그리는 것) 실력으로 유명해졌다. 밋밋하던 커피 위의 크림은 그의 손을 거치면 마치 반 고흐의 < 별이 빛나는 밤 >처럼, 환상적인 예술 작품이 된다. 간단한 그림이나 메시지는 즉석에서 그려주지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정교한 그림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리 문의해야 한다. 크레마트는 하루에 오직 한 명에게만 선보인다고 하니, 반드시 예약을 해야겠다. 특히 인기가 좋은 메뉴는 한 모금 삼키면 이름처럼 버터와 설탕을 끓여 만드는 식재료인 버터스카치의 향긋함이 퍼지는 스카치노다. 쇼에서도 선보인 커피로, 작은 티컵에 나오는데, 거품 같은 크림 위에 카카오, 그리고 커피 파우더가 흩뿌려져 있다. 주인장이 재료를 비밀에 부쳤기에 정말 버터스카치를 사용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풍부한 텍스쳐와 맛, 그리고 달콤한 동시에 쌉싸름한 맛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씨스루의 다른 메뉴도 하나같이 강렬하고 독창적이라, 경리단길의 고요함 속에서 멋진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