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예술촌 가장 마지막 골목은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고기 냄새로 가득하다. 테이블은 대여섯 개 남짓. 버거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들겠다는 고집으로 주방 대신 테이블 자리를 줄였다. 천장과 벽, 문과 바닥은 온통 새까맣고 할로겐 조명이 이곳 앞에서 찍은 화보 앞에 노란 빛을 던진다. 선반과 에어콘 곳곳에 놓인 할라피뇨 깡통은 무심한 듯 멋스럽다.
무심한 듯 멋스러운 건 할라피뇨 깡통뿐만이 아니다. 주인장은 말 한마디 없이 자욱하게 연기 피어오르는 철판에서 도톰한 패티를 익히고, 번을 바삭하게 구워낸다. 오트밀이 주근깨처럼 흩어졌다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버거를 한 입 물었다. 브루클린의 유명한 버거집에서 먹을 법한 버거 맛에 귀에서 종소리가 아니라 제이지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물론 신선한 토마토와 빵가루를 일절 쓰지 않는 패티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육즙도 감동스럽다. 그러나 이 버거의 감초는 따로 있다. 트러플 오일에 무친 느타리버섯은 버거에 고급스러운 향과 씹는 재미를 더한다. 아침마다 직접 만든다는 오트밀 버터 번은 부드럽고 촉촉하기로 이름난 빵, 브리오쉬보다 식감이 가볍다. 꼭 구름처럼 입 속에서 흩어지는 것이, 잡곡빵 같은 겉모습에서는 예상 못했던 반전이다. 마지막 감초는 살라미다. 이탈리아 소시지의 일종인 살라미는 살짝 매콤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버거의 맛을 잡아준다. 각 재료도 우수하지만, 조리법도 재료의 맛을 제대로 이끌어낸다. 베이컨을 쓰는 일반 버거와 달리 살라미를 쓰고, 트러플 오일과 고기 패티라니. 이런 재료를 써도 괜찮냐고 묻자, 어깨를 으쓱하면서 주인장은 대답한다. “맛있잖아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을 만큼, 버거는 기가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