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옷만 놓고 보았을 때 이곳을 따라올 집이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이태원 경리단길을 따라 쭈욱 올라오면 세련된 앞집 옆집과는 다르게 오래돼 보이는 통닭집이 있다. 주인장 부부가 20년 가까이 운영하는 엉터리통닭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인테리어에서는 어떠한 특별함도 찾을 수 없지만, 벽에 붙은 유명인들의 사인에서 왠지모를 ‘포스’가 느껴진다. 메뉴는 프라이드치킨 하나고, 사이드 메뉴도 골뱅이무침이 전부다. ‘양념반 후라이드반’이 허용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주문하면 닭을 튀기기 시작해 500CC짜리 잔에 담긴 맥주를 반정도 비웠을 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프라이드 치킨은 두껍고 바삭바삭한 튀김옷을 입고 있다. 입천장이 까질 것 같은 정도의 바삭함이라고 할까. 이곳에서는 포크도 1인당 하나인데, 튀김이 너무 바삭해 어차피 나중에는 손을 사용해 먹게 된다는 게 주인장의 변이다. 바삭바삭하고 조금은 매콤한 튀김옷에 부드러운 속살까지, 맥주를 절로 부른다. 게다가 ‘통닭집’이 아니라 ‘술집’이라고 주인장이 강력하게 주장하기 때문에 치킨과 음료는 포장만 가능하고, 꼭 술을 시켜야 한다.
사실 이곳은 친절하지 않다. 친절과 불친절을 오간다. 일례로 벽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야채, 양념. 추가 비용 받을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발걸음 하니 이런 곳이 진짜 맛집인가 싶다. 튀김옷 부스러기 하나까지 알뜰하게 주워먹고 나면 이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만들고 ‘엉터리통닭’이라니, 이처럼 자부심 넘치는 상호명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