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가정집에 온 것 같은 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이지만, 사실 더 그린테이블은 서울에서 가장 훌륭한 프렌치 요리를 내는 곳 중 하나다. 일단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깨에 힘을 빡 줄 수 있다. 지금의 자리에서만 9년째 프렌치 파인디아닝을 선보이고 있는 김은희 셰프는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섬세하고 감각적인 파인다이닝 코스를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요리를 시작한 이래 단 한 번의 크리스마스도 가족과 보내지 못했다는 그녀는 이번 연말에도 역시나 주방을 떠나지 않을 예정이다. 매해 바뀌는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코스는 12월 초에 공개되며, 열한 팀의 사전 예약을 받아 준비된다. 흰살 생선 위에, 오일에 콩피한 새송이 버섯을 얹은 ‘김바다달고기’는 올겨울을 위해 준비한 새 메뉴.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양파 수프, 달팽이 요리 등은 단품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저렴한 가격대는 아닌 만큼, 시내의 파스타집처럼 어린 커플을 쉽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며 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싶은 30-40대 커플에게는 완벽한 곳이다. 초록색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시끌벅적한 12월의 서울이 멀게 느껴질 것이다.
이유 없이 설레는 연말, 분위기 좋은 곳에서 근사한 식사를 기대하는 연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모두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쓰리에타주(3etage)’의 ‘안재희’ 셰프는 친숙한 재료를 이용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요리를 선보인다. 시드니, 스웨덴, 샌프란시스코에서 현지 맛이 가미된 프렌치 비스트로를 접하며 아이디어를 얻었고, 귀국 후 판교의 ‘더 험블 다이닝’에서 경력을 쌓은 뒤 좀 더 캐주얼한 프렌치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오래된 커플이 말없이 식사하며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그림이 안타깝다”는 ‘안재희’ 셰프는 레스토랑을 찾는 연인들이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오너 셰프로서 그가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어떤 요리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도산공원에 위치한 ‘인 뉴욕’은 셰프 한 명이 테이블 하나만 놓고 운영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2시간 단위로 하루에 딱 5팀만 받는 것이 원칙. 예약자의 60%는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라고 하니 커플을 위한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로 주방을 꾸리는 ‘강영대’ 셰프는 특별한 날 ‘인 뉴욕’을 찾는 손님을 위해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미리 받은 반지를 건네주거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동영상을 틀어주는 것은 기본, 미역국을 끓여준 적도 있다. 국내 최초의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11년째 운영하고 있는 그는 추억을 찾아 다시 방문할 손님들을 위해 오랫동안 이곳을 지키고 싶다고. “의미 있는 자리가 없어지면 속상하잖아요. 내 마음 같아서는 100년 동안 유지하고 싶어요.”
문을 열면 은은한 조명과 실내를 채운 소품이 눈에 띈다. 테이블 위의 화병과 목각인형, 한쪽 선반에 올려진 제각기 다른 모양의 컵과 그릇들. 좋아하는 영화 제목으로 가게 이름을 짓고, 좋아하는 음악 부다바(Buddha Bar)의 노래를 틀고, 프랑스에 살 때 즐겨 먹던 세 가지 요리를 메뉴로 내건 이곳은 주인장이 취향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많은 여성의 취향과 교집합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저녁에는 거의 커플이 많이 오고 여성분들이 예쁘다고 좋아해요.” 현재는 예약은 받지 않지만, 초기에는 여자친구가 가자고 했다며 예약을 하는 남성이 많았다. 그러니까 애인과 이곳을 찾는다면 성공할 확률이 크다는 말이다. 밤새워 사골을 고던 엄마처럼 주인장은 쉬는 날이라고 써 붙인 채, 6-7시간 볼로네즈 소스를 만든다. 손은 많이 가지만 ‘가정식으로 소박하게’ 만든 요리의 가격은 1만원대로 저렴하다. 글 김혜원
“이런 풍경이 차가운 시멘트로 덮이면 너무 아까울 뻔했어.” 인 스페이스 가장 꼭대기에 자리 잡은 프렌치 레스토랑 다이닝 인 스페이스에 들어서면서 일행에게 한 말이다. 우측으로는 현재 아라리오 뮤지엄이 된 건축가 김수근의 공간사옥 건물이 보이고, 좌측에는 나무들 사이로 창덕궁이 고개를 내민다. 3면이 통유리로 된 이곳에서는 변하는 계절과 시간이 곧 인테리어가 된다. 해가 지면 ‘in SPACE’라는 이름처럼 우주에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매니저가 귀띔했다. 다이닝 인 스페이스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모던 프렌치’가 콘셉트다. 팔레 드 고몽, 라쎄종을 거친 노진성 셰프가 주방을 총괄한다. 메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제철 식재료로 구성한 코스메뉴 하나만 있다. 입과 눈이 누리는 호사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덕분에 선호하는 재료를 더하거나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재료를 뺄 수도 있다. 서로에게 조금 더 세심한 애인이 되는 곳이다. 글 김혜원
얼마 전 TV에 나온 한 연예인이 연인과 싸우고 들어갔다가 피자 맛에 반해 웃는 얼굴로 나왔다고 말한 피자집이 바로 이곳이다. 완숙 체리토마토와 바질, 물소의 젖으로 만든 최상품 부팔라 모차렐라 치즈로 맛을 낸 정통 나폴리 피자는 단순한 재료로 낼 수 있는 최상의 맛을 경험하게 한다. 스타 셰프의 인기 레스토랑답게 테이블이 많고 젊은 커플로 북적인다. 여기에 오픈 키친에서 전해지는 활기와 상냥한 직원들의 응대가 괜스레 벅찬 연말에 행복한 기분을 불어넣어준다. 연말과 크리스마스에는 레스토랑을 찾는 연인을 위해 기존의 피자 메뉴에 추가로 구성된 특별 코스메뉴를 선보인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2주 전에 예약이 마감되었다고 하니, 서두르지 않으면 내년 연말로 미뤄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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