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당

서울의 오래된 빵집을 찾아서

오래된 빵집에서 느낄 수 있는 전통의 맛. “작은 빵집이 맛있다”의 저자 김혜준 씨가 안내하는 빵집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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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랑스 제과를 배우겠다고 프랑스 제과학교를 들어간 것이 10년 전의 일. 그 후로 지금까지 ‘밀가루와 설탕’은 내 인생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로 굳어졌다. 졸업 후 처음 근무했던 빵집에서 3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전공이었던 제과를 넘어 ‘빵’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된 것. 매일 아침 갓 구워져 나오는 빵들이 뿜어내는 따뜻하고도 풍성한 향기는 물론 갓 나온 바게트가 황금빛의 겉껍질을 ‘타닥 타닥‘ 터뜨리며 내는 화음은 경이로울 정도의 신비함을 갖고 있었다. 그 기쁨을 알게 된 후로, 틈틈이 작은 빵집들을 돌아다니며 빵을 먹어보기 시작했고 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나누며 맛있고, 풍성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게 되었다.

서울에서 다양한 빵과 디저트를 맛보기 전에 한번쯤은 꼭 방문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곳들이 있다. 한국에 빵과 디저트 문화가 유입되면서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한국의 명장들이 꾸준히 만들고 있는, 즉 ‘클래식’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5곳의 빵집과 대표 제품을 소개할까 한다.

탄탄한 지반 없이는 나무가 뿌리 깊이 뻗어나갈 수 없는 것처럼 빵과 디저트 역시 ‘클래식한 맛’에 대한 이해 없이 다채로운 맛의 경험을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먹을 수 있는 빵들이 꾸준히 발전하며 또 다른 자신만의 색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맛은 결국 차근차근 쌓여온 추억이니까.

글 김혜준 (<작은 빵집이 맛있다>의 저자) 

  • 연희동
피터팬제과점
피터팬제과점
긴 역사 속에서 개성 담긴 제품을 만들어 젊은 세대들을 새로 이끌고 있는 빵집도 있다. 1978년 문을 연 이래 연희동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피터팬 제과점’이다. 이름도 특이한 ‘장발장이 훔친 빵’은 밀가루와 통호밀을 이용해 깜빠뉴 스타일로 만든 빵 반죽에 호두와 헤이즐넛, 체리, 건포도, 파파야, 오렌지를 가득 넣어 기다란 스틱의 형태로 구운 빵이다. 고소한 견과류가 내는 묵직한 맛의 바탕에 말린 과일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는 듯하다. 
  • 마포구
리치몬드
리치몬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2대를 잇는 대표적인 빵집이다. 성산동에 본점을 가지고 있는 리치몬드 과자점은 1979년 권상범 대한민국 제과 명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음식이 바로 문화’라는 마음으로 올곧은 기술자의 삶을 살아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같은 길을 걷는 후배이자 아들인 권형준 대표가 새로운 개척점을 맡아 현재를 이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는 리치몬드 슈크림이 아버지가 만들어 온 전통의 맛이라고 한다면, 새로 만들어낸 ‘땅콩 다쿠아즈’는 아들의 섬세한 감각과 고집이 담긴 현재와 미래의 맛이라 표현할 수 있다. 국내산 땅콩 버터크림이 가득 샌드가 되어 있는 헤이즐넛 풍미의 ‘땅콩 다쿠아즈’를 한 입 베어물면 느껴지는 히말라야 핑크 솔트의 짭쪼름한 임팩트는 충분한 맛의 이해와 위트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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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초동
  • 가격 2/4
  • 3 최대 별점 5개
  • 추천작
김영모 과자점 서초본점
김영모 과자점 서초본점
1982년에 오픈한 김영모 과자점 역시 2대에 걸쳐 오고 있는 빵집 중 한 곳이다. 팥빵과 초콜릿빵 등 워낙 많은 품목들이 고루 사랑을 받고 있지만 내가 손꼽는 아이템은 ‘몽블랑’이다. 럼 시럽이 겹겹의 데니쉬 페스트리에 촉촉하게 스며들어 버터의 풍성한 풍미와 함께 극강의 달콤한 시너지를 올리는 빵이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모두 국가훈장을 수여 받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제과 명장 김영모. 이름 하나만으로 크나큰 영향력을 가진 대한민국 제과 명장의 빵을 맛보기 위해 꼭 한 번 들러봐야할 곳이다. 
  • 중구
태극당
태극당
어린 시절 수퍼마켓에서 사먹던 아이스크림도 흥미로운 군것질 거리이긴 했지만 부모님의 손을 잡고 동네 고급 빵집에 들어가 사먹던 ‘모나카 아이스크림’에 대한 추억도 정말 값지다. 흔하게 사먹을 수 있는, 들큰하게 단 과일 맛 아이스크림이 아닌, 얇디 얇은 과자 안을 채운 진한 우유 맛의 사각거리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이란!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추억의 발걸음으로 찾게 되는 태극당의 ‘모나카 아이스크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꼽히는 장충동의 태극당 매장에 들어서면 마치 1945년대로 돌아간 듯한 인테리어와 타이포 그라피와 마주하게 된다. 촌스러움과 추억의 향기 중간 즈음의 감성에 젖어 빵과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다시 2015년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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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북구
나폴레옹
나폴레옹
통팥 알이 그대로 빵 속에 담겨 있는 나폴레옹 과자점의 ‘통팥빵’ 또한 시대를 거슬러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효자 아이템이다. 1968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성업 중인 나폴레옹 과자점의 ‘통팥빵’은 기다란 핫도그 번 모양으로 반을 길게 가른 빵 안에 매일 직접 쑨 촉촉한 통팥이 약간의 수분기 있는 상태로 들어가 있다. 흰 우유와 함께 먹으면 절묘한 조화감을 느낄 수 있는 빵이다. 이 통팥의 당도와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 팥을 쑤는 일을 담당하시는 이모님이 따로 계실 정도이니 가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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