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실내를 가득 메우는 빵냄새와 함께 카페 오후홍콩의 하루가 시작한다. 매일 낮 정각에 나오는 뽀로빠오(‘뽀로’는 파인애플, ‘빠오’는 빵을 뜻한다) 덕에 이곳에는 항상 달콤한 냄새가 감돈다. 이곳의 디저트는 단 두가지, 뽀로빠오와 이 안에 두터운 버터조각을 끼워넣은 뽀로야우다. 중국의 다롄에서 오랫동안 산 주인장이 직접 현지에 가서 전수받은 레시피로 빵을 굽는다.
겉은 노랗고 식감은 바삭 쫀득한 이 빵은 2014년에 홍콩 정부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만큼 현지에서는 대중적이다. 메론빵에 메론이 없고,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이 빵에도 파인애플이 없다. 옥수수가루로 만들어 노란 겉의 소보로 덕에 파인애플 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우유로만 만들어 ‘우유버터’라고도 불리는 앵커버터 덕분에 빵에서는 신선하고 향긋한 버터향이 물씬 풍긴다. 특히 여기에 큼지막한 버터 덩어리를 끼워넣은 뽀로야우는 ‘단짠’의 정석이다.
독특한 이곳의 인테리어는 오후의 티타임을 한층 특별하게 만든다. 주인장은 홍콩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디자인의 의자와 테이블을 공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바닥에 깔린 육각형의 타일, 꽃무늬 창틀이 아로새겨진 창문, 선홍색의 네온사인은 홍콩의 휴양지인 리펄스베이의 카페를 연상하게 한다. 테이블마다 손님이 가득하지만 시끄럽지 않은건 이곳에 감도는 평화로움에 물들었기 때문이리라.
주인장이 추천하는 메뉴는 뽀로야우와 밀크티다. 겉의 소보로는 고소하고 빵은 쫀득하며, 버터는 부드럽고 짭짤해 진정한 삼위일체를 보여준다. 비법 파우더를 사용하는 밀크티는 따뜻하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스 밀크티는 얼음이 금방 녹아 다소 싱거운 반면, 따뜻한 밀크티는 쫀쫀한 우유 거품이 살아있고 향기도 한층 진하다.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마시는 밀크티 한 모금이면, 오후는 마법처럼 달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