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사절기에서 식사를 한다면, 깜짝 놀랄 만한 순간을 여러 번 맞을 것이다. 우선 식전빵 대신 내는 고구마가 그렇다. 작은 크기의 삶은 고구마를 식전 주전부리 중 하나로 낸다. 도미회는 또 어떤가. 청국장으로 맛을 보탠다. 철마다 산과 들에 있는 식물을 채집해 효소와 식초로 맛을 더하는 한국식 샐러드 ‘침채’는 이십사절기의 빼어난 장기 중 하나다.
이십사절기의 셰프 토니 유(유현수)는 한식 분야에서 2년간 요리를 배우고 곧바로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 호주, 미국 등지에서 스타주(무인견습) 경험을 거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선재스님 밑에서 사찰음식까지 학습했다. 사찰음식을 배우는 동안 한국적인 채집 요리의 전통을 몸에 익혔다. 그는 서울 밖으로 나가 재료를 구하는 일이 잦은데, 시골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 재료를 구하거나, 심지어 직접 산으로 들어가 재료를 채집하기도 한다. 토니유 셰프가 또 한가지 공을 들이는 일은 전통요리를 복원하고 일이다. 시그니처 메뉴로 통하는 ‘설야멱적’은 음식 고서에 등장하는 레시피를 참고한 한국식 스테이크다. 그의 서가에는 <규합총서>나 <음식디미방> 등, 지금은 사라진 한국의 조리법이 기록된 책들이 꽂혀 있다.
“옛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겠죠. 지금이 더 나은 것들도 많죠. 다만 옛 것 중 좋은 것을 취하고, 현대에 맞게 발전시키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에요. 제 요리의 컨셉은 한 마디로 ‘법고창신’ 이라 할 수 있죠.” 전통적인 레시피와 토속적이고 야생적인 재료를 사용하지만 넓은 범주에서 그의 음식은 컨템포러리 퀴진에 속한다. 서양식 플레이팅을 선보이지만 수묵화의 농담과 여백이 느껴지는 그의 독창적인 플레이팅에서는 현대의 음식문화와 잊혀진 전통의 문화를 잇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죠. 음식이 자리로 나왔을 때 현대적으로 보일지라도 맛은 이 땅의 오랜 산야를 담고자 합니다. 아직 다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해가 지날수록 더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저는 지금보다 10년 후가 기대됩니다. 그 때가 되면 제 자신도 충분히 만족하는 요리를 이루게 되겠죠.” 그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중이다. 글 이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