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니예 주방을 지휘하는 것은 이준 셰프이지만,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준 셰프 개인이 아니라 그의 팀이다. 물론 이 점은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스와니예는 더더욱 팀워크 중심으로 돌아가는 레스토랑이다. 이준 셰프가 표방하는 것은 ‘컨템퍼러리 서울 퀴진’. 어느 한 장르에 속하기보다는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서울의 맛을 찾아가는 과정을 추구한다. 새롭고, 경계 없는 이 맛의 중심을 잡는 것은 ‘기억’이다. 이준 셰프의 기억뿐 아니라 팀 전체의 기억이 메뉴에 관여한다. 기억을 음식으로 풀어내는 음식의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스와니예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에피소드’로 코스를 정의하며 때마다 (거의 완전히) 새로운 에피소드를 선보이는 스와니예는 현재 여덟 번째 에피소드 ‘와일드(WILD)’를 선보이고 있다. 야생에서 온 식재료에 대한 기억이 끈끈하게 음식에 묶여 있다. 개구리나 번데기 같은, 터프했던 근현대 시절의 간식을 메뉴로 재해석하는가 하면 꿩이나 사슴처럼 덜 사용되는 재료를 접시 위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일곱 번의 에피소드를 겪는 동안 새로운 에피소드를 완성하는 기술과 품질은 점차 발전해왔고, 지금은 거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물론 항상 클래식한 음식만 한다면 쉬울거예요. 이미 인류가 이룩한 완벽한 레시피이니까요. 매번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다 보면 완성도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요리사가 평생 역작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데 그걸 에피소드마다 시도하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팀원들 덕분에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어요. 이제까지 경험을 통해 새로운 에피소드 개발을 할 때 좀더 빨리 현실적인 레시피가 완성되곤 하죠. 저 혼자 표현하는 게 아니라, 팀원 전체가 하나가 되어 표현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저에게도 재미있어요.” 스와니예는 프라이빗한 테이블 좌석보다는 개방된 스타일의 바가 중심이 되는 인테리어 콘셉트를 갖고 있다. 바 안에는 메인키친이 오픈된 형태로 갖춰져 요리사들이 손님과 교류하며 음식을 만들어낸다. 결국 스와니예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완성하는 것은 그 테이블 앞에 앉은 손님들인 셈이다. 왁자지껄하게 서로의 기억이 물결을 이루는 다이닝, 스와니예에서 할 수 있는 각별한 경험이다. 글 이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