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잇텐고

4 최대 별점 5개
  • Restaurants | 일식
  • 마포구
  •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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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ut 의견

‘과연 바질과 라멘이 어울릴 것인가?’는 의문을 해소하고자 직접 찾은 합정의 잇텐고. 토요일 12시경, 대기 명단이 제법 길었다. 잇텐고는 일본어로 1.5를 뜻하며 1과 2 사이에 1.5가 있듯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자는 주인의 철학을 담았다. 30여분을 기다려 들어간 잇텐고는 일본 드라마 < 심야식당 >을 연상케 한다. 반원형의, 주방을 중심으로 둥글게 놓인 식탁과 어둡고 아늑한 분위기가 그렇다. 잇텐고의 메뉴는 재밌다. 여우의 털처럼 황갈색을 띠는 국물 덕에 '키츠네(여우)'라 이름 붙인 돈코츠 라멘, 바질 라멘인 '미도리 카메(초록 거북이)', 매운 라멘 '키요마사(붉은 호랑이)' 등 주인이 라멘의 색에서 연상되는 동물의 이름을 라멘 이름으로 붙였다. 대기할 때 미리 주문을 하기 때문에 음식은 금방 나온다. 기대에 차서 크게 한 입 먹어보니 싱그러운 바질향이 입안에 퍼진다. 바질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끓이면 금방 향이 날아간다. 라멘을 조리한 후 바질 페스토를 섞어 향을 가둔 것. 바삭하게 씹히는 파채가 바질과 어우러져 봄을 머금은 듯 입안이 향기롭다. 주인이 현지에서 맛보고 한국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며 들여왔는데, 과연 절묘한 식감과 맛이 조화롭다. 일명 '호소멘'이라고 불리는 얇은 면은 불지 않고 면 사이로 국물이 배어들어 후루룩 넘어간다. 키츠네 라멘 역시 진한 돼지육수를 제대로 우린 정통 하카다 돈코츠 라멘이다.

사골 육수의 신봉자로서 ‘깔끔한 라멘’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고로 고기 육수란 농후하고 짙은 육향을 풍겨야 하는 것. 국물은 끈적할 정도로 콜라겐을 머금었다. 육수의 녹진한 맛을 유자청에 버무린 단무지가 정리한다. 한번 헹궈 짠맛을 뺀 단무지에는 유자의 청량과 달콤함이 살아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간이 다소 세다는 것과 챠슈의 고기 잡내가 있다는 것. 챠슈는 두툼하고 부드러웠지만 잡내가 상당히 풍겼다. 겉을 그을렸지만 잡내 제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질 라멘은 짤 수도 있다. 바질 페스토는 파마잔 치즈와 소금으로 간을 하는데 이것을 조미가 된 라멘 국물에 또 섞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코츠 라멘의 짠 맛은 이해하기 힘들다. 마성의 국물을 끝까지 먹고 싶다면 무료로 제공되는 공기밥을 청하길. 연거푸 현미 녹차를 들이키긴 했지만 봄을 먼저 맛보게 해준, 제대로 만든 라멘 한 그릇이다.

상세내용

주소
포은로 11
마포구
서울
가격
키츠네 7000원, 키요마사 8000원, 미도리카메 1만원, 토마토절임 3000원
운영 시간
11:30~21:00, 마지막 주문 오전 14:00, 오후 20:00 휴게시간 15:00~17:00 정기 휴무 매주 일요일과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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