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한남동 골목 안에 있는 ‘앤드(AND) 커피랩’으로 일단 들어가서 안쪽 깊숙이 숨겨진 다이닝 자리를 찾아야 한다. 8석에 불과한 좌석이 ㄱ자 바에 차려져 있고, 장진모 셰프는 그 바 너머에서 수트 형태로 고안된 조리복을 입고 있다. 마치 수트를 입고 요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손에는 항상 핀셋이 들려 있다(사실 수트 옆에는 핀셋을 끼우는 고리까지 만들어져 있다). 누구나 플레이팅에 집중하는 시대지만, 그는 더욱 더 등이 휠 것처럼, 심지어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핀셋 플레이팅에 몰두한다. 단순히 음식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노력이 아니다. 화사하게 놓인 작은 재료 하나하나에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고 맛을 조합해내기 위한 치밀함이다.
장진모 셰프의 요리를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미니멀’, ‘네오 노르딕 X코리안’ 처럼 시즌마다 하나의 테마를 정해 그 주제를 관통하는 코스를 구상하는데, 프렌치의 정통 레시피에서 노르딕 등 여러 나라의 요리법, 분자요리법까지 다양하게 동원된다. 아이디어와 컨셉에 있어서는 도전적인 면이 강하고 접시에 내는 음식들도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재료와 맛에 있어서는 기본적이고 심플한 맛을 버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30대 초반의 이 매니저 같기도 하고(서비스가 완벽하기 때문), 셰프 같기도 한 장진모 셰프는 사실 2008년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라면도 못 끓이던 남자였다. 캐나다 유학 중 돈이 떨어진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주방 일을 시작하며 요리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몇 호텔과 리조트에서 견습생 생활을 거쳤고, 여행을 하며 호주 멜버른의 아티카(Attica) 에서는(2주 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요리를 계속해나갈 결정적인 영감을 얻게 되었다. 재료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된 기회였다고 한다. 그의 미래가 원래 요리사에 있지 않았듯, 혹은 의외의 상황 때문에 처음 요리를 배우게 되었듯 그의 흘러온 인생처럼 그의 요리에도 ‘의외성’이 담겨 있다. “앤드다이닝의 처음 기획 의도는 의외성이었어요. 처음엔 그래서 단지 ‘튀려고 애 쓰는 애’로 보는 시선이 많았어요. 하지만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부터 그런 시선은 사라지게 되었죠.” 앤드 다이닝은 저녁에만 영업을 하며, 단 8명에게만 선보이는 비밀스러운 식당이다. 메뉴도 단 하나의 코스 요리뿐인데, 그나마 있던 메뉴판도 얼마 전 없앴다. “앤드 다이닝은 앞으로도 쭉 가장 이상하고 가장 프로그레시브한, 다이닝계의 괴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장진모 셰프. 의외성과 고유함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그의 코스는,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인상을 남긴다. 글 이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