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한 간판조차 없는 작은 노포가 꽉 차다 못해 바깥까지 손님이 줄을 섰다. 1972년 문을 연 이곳의 대표 메뉴는 설렁탕과 도가니탕이다. 이곳의 특별함을 말하려면 우선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전통적인 곰탕은 쇠고기를, 설렁탕은 소 뼈를 오랫동안 고아 만든다. 그래서 곰탕 육수는 투명하고 산뜻한 맛을 내며, 설렁탕 육수는 색이 뽀얗고 깊은 감칠맛을 낸다. 이곳의 설렁탕은 한우 양지와 뼈를 절묘한 비율로 섞었다. 반투명한 갈색을 띄는 육수는 잡내라곤 없으며 뼈국물의 감칠맛에 고기 육수의 고소함을 더했다.
기본에 충실한 맛이라,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에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겉절이다. 설렁탕 집의 손맛은 김치를 먹으면 알 수 있다는데, 이곳의 겉절이는 짜지 않고 단맛 도는 양념에 줄기가 아삭거리며 씹힐 만큼 싱싱한 배추가 버무려진, 겉절이의 정석이다. 처음엔 육수만 즐긴 후, 밥을 먹을 즈음 겉절이 양념을 넣으면 마늘과 생강, 고춧가루가 적절히 들어간 설렁탕이 완성된다.
설렁탕에는 겉절이 양념을 추천하지만, 도가니탕은 그대로 먹는 편이 좋다. 바닥을 한번 훑으면 큼지막한 도가니가 숟가락에 걸린다. 국물은 파와 후추를 듬뿍 넣어 훌훌 들이키고, 도가니는 곁들여진 양념장에 콕 찍어 먹으면 된다. 한 입 씹으면, 부드러운 도가니가 젤리처럼 탱글하게 이에 감긴다. 도가니를 너무 딱딱하거나 물렁거리지 않고 쫄깃하게 조리한데서 이곳의 노하우가 드러난다. 옆 테이블에 앉은 중년 사내 셋은 도가니탕을 들이키며 연신 “어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 겉절이부터 육수, 도가니까지 기본에 충실한 맛을 내는 이곳의 설렁탕과 도가니탕은 그야말로 기분이 좋아지는, ‘좋은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