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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유는 샌프란시스코식 쌀국수를 선보이는 집이다. 이 집 역시 국물을 직접 매일 우려내는데, 먹음직스러운 진한 색이다. 국물 자체가 맛이 풍부해서 다른 것을 안 넣어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매운 것을 즐긴다면 준비된 고추와 스리라차 소스를 넣어 먹자. 쌀국수도 네 가지 종류가 준비되어 있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다른 곳보다 신선한 수주나물, 고수, 라임을 아낌없이 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익힌 고기는 국물의 맛도 더해주고 입에서 녹는다. 이 집이 이태원에 있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에디터는 포포유에 얼른 다시 가고 싶다. 글 제임스 유
새벽 두 시까지 술을 마시다가 허기지고 짭짤한 야식이 당긴다면? 파코 로코를 찾아가자. 밋밋한 흰 벽지에 창 밖으로는 바쁜 녹사평길만 보여 화려하지는 않지만, 포크 타코 안에 돼지고기의 윤기는 여기가 제대로 된 멕시칸 음식이라는 걸 알려준다. 메뉴 구성은 굉장히 간단하다. 부리토 아니면 타코? 하드쉘 아니면 소프트쉘? 안에 뭘 넣을 것인가? 하지만 한입 먹는 순간 입안에서 톡톡 튀는 맛들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맛있다. 우리가 추천하는 메뉴는 초리초 부리또. 양파, 고수, 여러 가지 향신료로 가득 차있고, 딱 알맞는 양의 치즈가 흘러나오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되어준다. 나초는 살사소스와 파코 로코의 핫 소스를 조금 찍어 먹어봐야 한다. 마지막까지 손가락에 남아있는 기름을 빨아먹고 테카테 멕시칸 맥주로 시원하게 흘려내려 보내면 끝. Muy bien!
이태원에 있는 아랍 레스토랑 중 오랫동안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요르단 출신의 주인 야서 가나옘 씨는 페트라가 아라비아 반도 중에서도 동지중해 인근의 레반트(Levant) 지역 음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이곳 팔라펠과 홈무스, 타볼리는 누구나 인정하는 정통의 맛이다. 파슬리, 토마토, 양파, 보르골, 레몬주스와 올리브오일을 넣고 만든 타볼리 샐러드와 여덟 개의 팔라펠은 늘 인기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정하는 음식은 양갈비 스테이크다. 이슬람식 도축법을 따른 할랄(Halal) 고기에는 향긋한 숯불 냄새와 양고기 특유의 향이 배어있고, 육질 또한 부드럽다. 어린 조카들을 몇 번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애들이 그렇게 양고기를 잘 먹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할랄 고기는 호주에서 수입하고, 바스마티 쌀이나 모든 재료는 요르단에 계신 아버지가 두 달에 한번씩 붙여준다. 올바른 재료만을 사용하는 것이 페트라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하얏트에 머물던 두바이의 모하메드 왕자도 3일 내내 페트라의 음식을 배달해 먹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태국 음식을 먹는 것이 스파게티를 먹는 것만큼이나 흔한 일이 되었지만, 한때는 태국음식점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든 때가 있었다. 고급 태국 음식점은 몇 군데 있었지만 방콕 현지에서 먹던 가볍고 생생한 맛을 느끼기에는 모두 비싸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뿐이었다. 경리단에 아무 것도 없던 시절(2005년), 처음으로 문을 연 부다스 밸리는 터무니없이 비쌌던 타이 음식을 싸고 정겹게 먹을 수 있는 최초의 음식점이었다(물론 지금은 서울 전역에 걸쳐 많아졌지만). 경리단길 초입에 1호점이, 그리고 이태원길 초입의 언덕 위에 부다스밸리 2호점이 있다. 2호점은 녹사평역 사거리의 전망이 보이는 매우 근사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부다스벨리 2호점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10년 동안 바뀌지 않은 태국 셰프의 손맛과 한결 같은 음식 맛이라 할 수 있다. 똠얌스프와 볶음밥을 8,800원에 먹을 수 있는 점심메뉴도 부담 없고, 늘 인기 있는 메뉴인 쏨땀과 태국식 그린커리 등도 1만5000원대에 먹을 수 있다. 최근 파미에스테이션에 크게 3호점을 열고 난 후부다스 밸리는 제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매니멀(manimal)은 ‘man(남자)’과 ‘animal(애니멀)’을 조합한 이름으로, 말 그대로 ‘상남자’ 네 명이 꾸린 미국식 바비큐 전문점이다. 그냥 구워 먹기 퍽퍽한 브리스킷(소의 가슴 부위)을 10시간 가까이 구워내는 훈제 고기집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참나무 향이 은은하게 전해진다. 오후 6시. 가게를 연 지 채 30분도 안 됐는데, 테이블 자리는 이미 만석이다. 이곳의 인기를 몸소 체감하는 사이, 매니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리스킷과 훈제 닭고기가 나왔다. 커피와 각종 향신료로 재운 브리스킷은 혀에 녹아들 듯 육질이 부드럽고 씹히는 재미도 있어 아쉬울 게 없었다. 닭고기는 그냥 먹어도 간이 잘 배어 있었지만, 매콤한 ‘스파이시 망고’ 소스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닭고기 살을 찍어 먹었다. 매니멀은 사이드 디시가 맛있는 집으로도 소문났다. 콘 브레드와 구운 브로콜리, 감자 샐러드와 맥앤치즈까지 시켜 먹었다. 모든 음식은 상남자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게, ‘소녀감성’으로, 예쁘게 담겨 나온다. 여자 두 명이 2인분을 시켜도 살짝 부족한 감이 있다.
서울 시내에서 신선한 랍스터를 먹는 것은 정말 큰 맘 먹고 '질러야' 하는 일 중 하나다. 그만큼 비싸고 고급스런 음식이다. 그러나 이곳 랍스터 바의 창업자는 캐주얼한 다이닝 공간에서 거품을 뺀, 실속 있는 랍스터 메뉴를 제공함으로써 ‘랍스터는 비싼 음식’ 이라는 통념을 바꿔놓고 있다. 최근 메뉴 종류가 늘긴 했지만 먼저 버터 향 물씬 나는 빵에 부드러운 랍스터 살을 푸짐히 채워 넣은 클래식 랍스터 롤로 시작해보자 (마요네즈는 선택이 가능하다). 이곳 음식 퀄리티의 비밀은 사실 비밀이랄 것도 없이 랍스터 바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수조에 가득한 생물 랍스터들이다. 주인은 이 싱싱한 랍스터를 미국 메인 주와 캐나다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 통상 한번 들여오면 3개월 정도 수조에 랍스터를 보관하는 대부분의 호텔 레스토랑과는 달리, 랍스터 바는 랍스터를 소량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회전율이 높다. 대부분 한번 들어온 랍스터는 주말 경이면 거의 다 소진된다.
만약 서울에서 독일 빵이 먹고 싶다면 어디를 가야 할까? 그렇다. 독일인들이 들락거리는 곳을 찾으면 된다. 베이커스 테이블(The Baker’s Table)은 독일 사람이 운영하는 경리단의 카페 겸 식당이다. 바삭바삭한 플콘 사워도우는 이곳에 온 이상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빵이다. 독일 버터 케이크 한 두 조각을 시식해 보면 그냥 나갈 수가 없다. 주말에는 얼마나 붐비는지 브런치 시간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주말 내내 테이블은 하루 종일 붐비고 사람들은 푸짐한 아침식사를 하거나 샌드위치와 스프를 즐기는 이들로 가득 차 있다. 건강한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샐러드를 주문하거나 헤즐넛 무슬리에 신선한 과일이나 우유를 곁들이면 된다.
경리단길 중간쯤에 아주 작은 공간으로 숨어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돈 차를리는 이제 녹사평대로 옆에 넉넉히 자리를 잡았다. 서울에서 멕시칸 퓨전은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돈 차를리는 다른 이야기다. 퓨전보다는 ‘진짜’ 멕시칸 음식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가서 메뉴만 봐도 믿게 될 것이다. 친근한 타코도 있지만 낯선 이름이 대부분이다. 타말리토스(tamalitos), 토토포스(totopos) 등 전통 멕시칸 요리를 선보인다. 이 중에 아보카도, 토마토, 양배추가 들어간 야채 토스타디타(tostaditas)는 제대로 된 멕시칸 음식답게 육즙이 흐르고 풍미가 있으면서 매콤한 뒷맛이 인상적이다. 인테리어는 음식처럼 알록달록하고 깔끔하다. 처음 열었을 때보다는 인기가 줄고 신비감을 잃었지만 꾸준한 맛은 인정해야 한다.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피자의 제일 중요한 부위가 크러스트라는 것을 안다. 맛있는 크러스트는 평범한 피자를 업그레이드하며 피자집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뉴욕 토박이 김유진은 이 점을 이해하고 크러스트에 집착했다. 서울에서 ‘진짜’ 뉴욕 피자의 맛을 못 찾은 그는 뉴욕으로 떠나 직접 피자업계에서 일하면서 비법을 배워 돌아왔다. 그리고 드디어 이달 초에 파트너 김유성과 유진은 뉴욕의 맛을 그대로 지노스 피자에서 재현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크러스트 도우를 만드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이 도우는 24시간에서 72 시간 동안 발효시키면 푹신하고 탄력 있는 크러스트로 태어난다. 지노스의 크러스트는 다른 피자와 달리 바삭하고 가벼우면서 텁텁한 느낌이 없다. 물론 다른 재료에도 신경을 썼다. 재료는 대부분 미국에서 직접 수입하고 모차렐라 치즈는 이탈리아에서, 이탤리언 소시지는 국내에서 특별히 주문해 지노스에서만 맛볼 수 있다. 그의 많은 노력은 맛과 식감이 훌륭한 피자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우리의 추천은 뉴욕 슈프림이나 브루클린스 베스트(이탤리언 소시지, 적양파, 바질, 파르메산 치즈, 올리브오일이 들어간 시그니처 피자). 달고, 짜고, 시큼하고 매운맛의 조화를 이룬 넬리스 파이는 지노스의 제일 특이한 메뉴다. 한 가지를 고르기 어렵다면 걱정 말고 반씩 시켜서 두 가지 토핑을 즐기자. 오너 두 명이 서비스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서 그런지 지노스는 손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편안한 분위기다. 뉴욕 본토의 맛을 서울에 가지고 오는 게 유진의 목표였다면 완벽히 성공한 것 같다. 글 제임스 유
이곳의 주인인 라이너스 김은 미국 알라바마주의 버밍햄(그는 이 곳을 ‘돼지고기 나라’라고 묘사한다) 출신으로, 시고 달콤한 식초 향이 강한 미국 동부의 바베큐를 먹으며 자랐다. 몇 년 전 그는 훈제고기가 그에게 열정을 넘어서는 ‘사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서울 사람들에게 최고의 바베큐를 선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그는 여행 중 미국 전역의 바베큐 대회 (그는 공인된 바베큐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를 돌며 지금 레스토랑에서 선보이고 있는 고기 굽는 기술을 배웠다. 그의 비법은? 더 많은 재료를 넣고 그만의 양념과 갈비살을 래핑한 다음, 고기에 수분을 주사하는 것이다. 그가 만드는 고기는 약한 불에 장시간 사과나무 장작으로 훈제되어 향이 풍부하고 뼈에서 살이 잘 발라진다. 갈비살과 양지가 일품인 곳이지만, 버터로 구운 쫄깃한 빵에 훈제 돼지고기를 얹고 특별 소스와 피클을 곁들인 샌드위치도 멈출 수 없는 맛이다. 이곳에서 빼먹지 말아야 될 사이드 메뉴는 남부 사람들이 많이 먹는 튀긴 오크라와 콘슬로, 베이크 빈스, 그리고 맥 엔 치즈 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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