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난 여름부터 ‘뜨거운 냉면집’으로 거론되고 있는 진미평양냉면. 친구들과 제육과 냉면, 그리고 소주 한잔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구글 지도만 보고 찾아가기에는 애매한 대로의 뒷골목에 숨어 있지만, 저녁 때 들어가면서 더 놀랐던 것은 적나라하게 밝고 새하얀 형광등 불빛. 술 마시고 빨개지는 얼굴을 도무지 감출 길 없는 불빛이었는데, 그래도 주변 회사원들과 소문 듣고 찾아온 사람들, 강남의 멋쟁이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술과 음식, 그리고 냉면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물’이 괜찮았다, 냉면집에서는 기대하지 못한!)
진미평양냉면은 일단 족보부터 믿음직스럽다. 의정부 평양면옥과 평양면옥 논현점에서20년 동안근무한 임세권 사장이 올해 3월에 차렸다. 의정부와 장충동 평양냉면파이지만, 평양면옥 특유의 밍밍한 육수보다는 간이 더 있다. 장충동 평양면옥을 먹어본, 혹은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곳보다 짠 맛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육수는 소고기 양지와 사태, 돼지고기 등을 함께 끓여 낸 고기육수인데 맹물로 보일 정도로 투명한 편이다. 면은 툭툭 끊어지는 느낌보다는 쫄깃함이 있다. 간간한 육수와 먹기 좋았다. 깔끔하고 간간한 육수와 가볍게 올라오는 육향을 음미하며 연신 맛있게 먹었던 진미평양냉면. 이 집을 두고 신흥 냉면집의 선두주자다, 2세대 평양냉면집의 대표주자다 수식어가 많았는데, 모두 수긍할 만한 맛과 실력이었다. 여자 셋이서 제육과 소주 2병, 냉면 두 그릇을 게눈 감추듯 감췄다. 삼겹살 부위로 만드는 제육도 잡내 하나 없이 깔끔했다. 요즘 소문난 맛집들 갔다가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 이집 만큼은 “또 가야하는데…”를 중얼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글 이동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