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으로 유명한 오장동에서 유명한 면 또 한가지. 콩국수다. 구불구불한 길에 자리한 이곳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솥이 인상적이다. 단 한 명이 와도 꽤 커다란 접시에 겉절이를 수북이 쌓아 내주는데, 젓가락을 들자마자 이유를 알 수 있다. 액젓과 어울린 겉절이 양념이 맛깔스럽고, 서울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만한 적당한 쿰쿰함이 매력적이다. 콩국수는 밑간이 전혀 없이 나와서, 겉절이와 함께 푸근한 궁합을 이룬다. 면은 소면도, 칼국수 면도 아닌, 탄력 있는 쫄면이다. 을지로4가역에서 중부시장을 가로질러 이곳까지 오는 길엔 특별한 정취가 있다. 작은 테이블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이곳 안의 분위기에도. 가격까지 친근해서 자주 찾고 싶은 곳이다.
CB Mass 시절, 최자는 '쌀국수 그 맛을 아는' 게 '진정한 남자'라 노래했다. 2001년 당시 그럴듯하게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보다 훨씬 사실에 가까운 건 '콩국수 맛을 아는 게 진정 입맛 순수한 미식가' 정도가 아닐까.
콩국수는 특별한 향이나 동물성 재료 하나 들어가지 않는데도 확연한 호불호가 갈리는 메뉴다.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숨 쉬는 한 언제나 '인생 콩국수'를 찾는 '덕후'도 있는 것. 전자라면, 국물 만드는 재료도 고작 콩, 물, 소금 이렇게 3가지로 단순한 맛인데, 굳이 시내를 헤매며 여러 식당 콩국수를 찾아 먹는 건 비합리적이라 생각 할 거다. 하지만, 콩국수가 가진 단순한 조합에도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면은 얇은 소면인지, 굵은 칼국수 면인지, 아니면 둘 다 아닌 '제3의 면'인지. 콩 국물은 묽은 편인지, 걸쭉한지, 아니면 빡빡할 정도인지. 고명은 뭘 올렸으며, 간은 슴슴한지 혹은 센 편인지. 여기에, 설탕을 넣어 먹는 사람도 있고, 에디터처럼 면 대신 밥을 말아 먹는 사람도 있다. 콩국수에 필요한 유일한 반찬, 김치의 삭힘 정도도 빼놓을 수 없다.
콩국수를 어른 돼서야 먹어보고 좋아하게 된 외국인들은 이 음식을 두고, '적어도 몇 번은 맛보고 익숙해져야만 좋아할 수 있는(Acquired taste)' 한식이라 말한다. 이미 그 담박하고 수수한 맛에 가슴 떨려 하는 당신을 위해, 콩국수 하나 때문에 줄 서는 식당들을 모았다. 3대를 이어온 집에서부터, 허름하고 값싼데도 맛은 명품인 보석 같은 집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