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대교에서 녹사평 역으로 가는 이태원 초입, 오른편 언덕 위에 십자가보다 더 빨갛게 빛나는 ‘Berlin’이 있었다. 지금은 이 언덕 길이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베를린이 처음 터를 잡을 때만 해도 빈 언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때부터 베를린을 아지트 삼아 놀던 사람들은 진짜 베를리너처럼 남 신경 안 쓰고, 잘 놀고, 잘 마시는 이태원의 이단아들이었다. 하지만 그 이단아들도 중년이 되어가는 세월이 흐르고, 올해로 8년째를 맞은 베를린도 이제는 변신을 꾀할 때가 되었다.
음식 얘기가 많았지만, 쏘왓을 이산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만 소개하기에는 많이 아쉽다. 온갖 조명과 장식들이 섹시하게 빛나는 밤에는 더욱 그렇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디제잉도 이어진다. 예술적인 아이디어의 테마 파티도 종종 열린다. 음식만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닌 것이다.
이태원 초입에 있는 언덕 위에서 8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베를린이 태국 북부 지방의 음식을 선보이는 ‘쏘왓’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태국 동북부에 위치한 이산 지방의 음식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데, 이 지방은 매운 음식이 많은 것이 큰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쏨땀이 가장 유명한 음식. 설익은 파파야를 채를 쳐서, 마른 새우, 고추, 땅콩가루, 라임, 남빠 등과 함께 빻는 음식으로 맵고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또 닭구이와 찹쌀밥도 이산에서는 흔하게 먹는 음식. 매콤하고 신맛이 강한 이산 소시지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쏘왓에서는 이런 다양한 이산 음식을 두루 즐길 수 있다. 음식 맛은 일단 합격점! 그도 그럴 것이 부다스벨리를 운영하며 쌓아온 주인의 내공이 쏘왓에도 고스란히 배어있다. 음식 맛만 좋은 것이 아니다. 짐톰슨에서 구입한 천으로 만든 의자와 태국 전통의 조각품들,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에도 정성과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낮에는 녹사평대로가 내다보이는 전망을 즐기며, 밤에는 훨씬 로맨틱하고 뇌쇄적인 위기를 만끽하며 음식과 술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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