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전동에서 은파피아노 간판을 알아볼 수 있다면, 진정한 커피 애호가이거나 혹은 뜨거운 트렌드 세터임이 분명하다. ‘은파피아노’란 이름의 피아노 교습소 자리에 지금은 펠트커피가 있다. 김영현, 송대웅 바리스타가 오픈한 커피집으로, 각종 머신과 기물을 갖추었지만, 매장의 치장은 담백하고, 이전에 달려 있던 피아노 교습소의 간판까지 그대로 놔두었다. 커피에 공을 들이느라 인테리어도 최소한으로 했다. 가보면 안다.
이 집의 주력 커피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브루잉(핸드드립)과 같은 기본 커피다. 아메리카노는 3000원으로 커피의 품질에 비해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무늬만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곳과 다르게 정통 스페셜티 커피 생두를 쓰고 로스팅을 한다. 시즌 별로 커피 원두가 조금씩 바뀌지만, 로스터의 성향으로 모든 커피들이 향미, 산미, 단맛등이 잘 조화를 이룬다. 특히 브루잉(핸드드립) 커피는 알토 에어 드리퍼를 사용해 스윗니스와 향미가 잘 버무려져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커피는 산지 직송으로 들여온 코스타리카 에르바주 sl28품종. 케냐 커피의 대표 품종이 코스타리카의 떼루아와 만나서 생긴 개성과 부드러움을 골고루 담고 있다. 코스타리카 케냐 프로젝트 커피는 전 세계의 커피농장 중에서도 일부의 농장만 시도하고 있는, 상당히 실험적인 시도이다. 펠트커피와 에르바주 농장의 직거래 방식이 맺은 신뢰 덕택일 것이다.
펠트 커피의 단골들이 찾는 메뉴는 펠트매장전용 라떼다. 1000원의 추가 요금이 있지만, 적절한 온도와 밀크텍스처, 키무라 바텐더 글라스까지 사용해 라떼가 더욱 특별하고 맛있다. 펠트커피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슬레이어다. 현존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가장 극단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온도 조절과 가변압이 가능해서 바리스타의 의지에 따라서 극단적인 추출이 가능하다. 그라인더는 매저로버와 Ek43. 매저 로버는 호주 출신 바리스타인 폴바셋이 세계 최연소 챔피언이 되는 과정에서 도드라진 그라인더로 상용머신 최초의 코니컬 그라인더이다. 원뿔형 구조의 코니컬 그라인더는 일반 그라인더 대비 향미를 더욱 풍성하게 추출하는 경향이 있다. 참고로 머신이나 기물이 좋은 커피의 기본은 아니지만, 커피에 따른 적합한 머신과 그라인더의 궁합은 시너지가 굉장히 크다. 김영현 로스터의 커피가 좋은 기물과 만나서 진짜 커피가 되었다. 추출은 블렌딩 에스프레소 뿐만 아니라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도 가능하다.
글 JB
**글쓴이 JB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의 인증을 받은 큐 그레이더(Q-grader)이자 커피 및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여러 매체에 커피 관련기고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