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프란츠 카프카, <변신>) 대작의 운명을 결정 지은 한 문장처럼, 페이퍼팩은 한 문장의 힘을 알고 있는 브랜드다. 페이퍼팩의 1 Paragraph 노트를 펼치면 오직 한 문장과 간단한 설명을 기록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모든 지면이 이루어져 있다. 일기 쓸 정신도 없이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문장 한 줄이라도 적자는 취지로 만들기 시작한 이 ‘1 Paragraph’ 시리즈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문장의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그날 읽었던 책의 한 문장, 버스
안에서 들은 누군가의 말 등 딱 한 줄만 부담 없이 적을 수 있으니 말이다. 페이퍼팩의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또 있다. 출판사 SSE Project와 협업한 아트 페이퍼팩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비교적 노출되지 않은 국내외 신인 작가들의 일러스트를 발굴하고 소개하려는 의도로 시작했다.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이 커버로 담긴 노트들이 나왔다. 42권까지 나온 상태이며, 신모래, 곽명주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국내 작가는 이후 더욱 인기를 얻어 노트 자체가 품귀현상을 낳기도. 우연히 스치는 말 한마디나, 마음을 떠도는 하나의 생각이 기록이 되는, 혹은 인터넷에서 보고 지나쳤을 작가의 그림이 노트로 탄생한다. 잡히지 않는 소중한 어떤 것을 잡히게 만들어주는, 그것이 페이퍼팩이 디자인 문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치가 아닐까.
http://www.yourpaperpack.net, 1 Paragraph(양장본) 1만2000원, 아트 페이퍼팩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