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점은 잡다한 물건을 파는 가게다.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취급하는 물건도 천차만별이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게 되는 것이 매력이다. 최근 1, 2년간 서울에도 우후죽순처럼 잡화점이 생겨났지만, 대부분이 엇비슷한 중국산 제품을 판다. 이런 공장제 소품에 식상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곳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망원동의 골목에 숨어 있는 이 가게는 알록달록한 깔개와 포크, 찻잔 같은 생활용품부터 스노우볼이나 손가락 인형 같은 장식품으로 가득하다. 프랑스, 일본, 티벳과 중국,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지인들을 통해 어렵사리 공수받은 소품들은 척 보기에도 구하기 위해 상당히 발품을 팔았을 것 같은 ‘레어템’. 마녀와 동물, 유리 세공품을 좋아하는 주인장의 기호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큼지막하고 길어 바닥을 쓸기보다는 마녀의 교통수단으로 더 어울릴 법한 짚 빗자루가 곳곳에 있고, 무민에 등장하는 마녀, 엘리샤부터 마녀 배달부 키키까지 다양한 마녀 캐릭터 용품이 즐비하다. 정교한 스노우볼은 먼지 한 톨 없이 맑고 투명해 정신을 집중하고 보면 미래가 보일 것 같다. 바닥에 손으로 정성들여 그린 그림이 새겨진 유리 접시는 주로 프랑스에서 지인을 통해 두 세 개 정도만 수입해온다고. 이미 현지에서는 생산을 중단한 제품도 많아 저절로 한정판이 된 셈이다.
잡화점 순례에는 이력이 난 에디터지만, 워낙 독특하고 희귀한 물건이 많은 이곳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터졌다. 소품마다 애정이 뚝뚝 떨어지고, 가게에는 따스한 분위기가 마음을 움직이는 이곳. 숲 속 깊숙이 살고 있는 착한 마녀의 집 같은 곳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