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북카페가 인기인 적도 없을 것이다. 책은 그렇게 안 읽는대도(우리나라 세계 독서량 순위는 늘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북카페가 성행하는 걸 보면 이 무슨 조화인가 싶기도 하다. 대형 서점들도 카페처럼 책 읽는 자리를 크게 만들고 있고, 요즘은 미용실 안에도 북카페가 생길 정도라고 한다. 하긴 내로라 하는 호텔에서도 라운지를 없애고, 북카페를 만들 정도이니, 과연 이 유행의 끝은 어디인가 싶다.
한강진역 부근의 블루스퀘어 안에도 북카페가 생겼다길래 가봤다. 이름하여 북파크다. 이름답게, 들어가보니 건물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가 책의 공간이다. 엄청나게 큰 규모다. 하지만 이곳은 북카페가 아니라 서점이다. 과학과 예술 전문 서적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블루스퀘어 건물 3층에 오픈하였다. 현재는 2층도 서점으로 확장한 상태다. 2층에는 인문, 예술, 아동 서적이, 3층에는 과학 서적이 진열되어 있다.
과학도서의 비중이 큰 이유는 과학 분야의 재단인 카오스 재단에서 문을 연 곳이기에 그렇다. 매년 두 차례, 10회로 구성된 정기 과학 강연을 열고, 카오스 재단 홈페이지에도 강연 정보가 올라온다. 곧 시작하는 봄 강연의 주제는 ‘생명과학’. 설명만 들으면 무척 딱딱한 공간 같지만 이곳은 하루 종일 앉아 책이 읽고 싶어지는 ‘영감’의 장소다.
군데군데 만들어진 테이블 자리와 의자는 여유롭고, 나만의 공간처럼 앉을 수 있는 긴 복도식 공간도 미로 찾듯 찾으면 나온다. 각 층 끄트머리에는 간단한 요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자리해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통유리창을 모두 열게 분명한 테라스 자리도 탐난다.
아직도 책을 구비하는 중이라 분야별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못하다. 영어로 된 책이나 원서도 계속 보강 중이다. 하지만, 대형서점처럼 사람이 북적대지 않고, 여유롭고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고다. 공간에 컬러감이 있고,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어 북카페라 오해를 살 만도 하다. 2층에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도 있다. 혼자 조용하게 책을 보고 싶다면 3층이 더 적당하다. 3층 한 켠에서는 지구본이나 대중이 흥미를 가질 법한 과학 도구도 판매한다. 요즘 날마다 가고 싶은, 1순위의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