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 먹자골목에 자리한 조용한 회색빌딩.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안쪽에 굳게 닫힌 또 다른 철문이 길을 막는다.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이 열리면 꼭 비밀스러운 사교 모임에 초대받은 손님처럼 특별한 기분으로 입장할 수 있는 곳. 판화가 최경주와 트럼펫 연주자 이동열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으로, 최경주의 프린팅 레이블 ‘아티스트 프루프’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매트, 컵받침, 쿠션, 가방은 물론 유리공예 작가 양유완, 도예가 조아라, 주얼리 디자이너 이자벨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감성을 담은 소품을 판매한다.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동시에 판매를 지원하는 소규모 ‘편집숍’인 셈. 단일 메뉴인 드립 커피를 아이스로 주문했더니, 주먹만 한 위스키용 얼음 하나를 동동 띄운 커피잔을 앙증맞은 컵받침 위에 올려준다. 도심 속 시멘트 빌딩의 작은 큐브를 세심한 디테일과 알록달록한 감성으로 가득 채운 공간. 인스타그램(artistproof_shop)으로 스케줄을 확인하면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이동열의 트럼펫 연주를 감상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