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라디오 PD인 김모씨는 현재 지중해의 마요르카 섬에 산다. 회계사인 그의 아내와 함께 휴직서를 낸 지 한 달 만에 훌쩍 마요르카의 수도인 팔마로 떠났다. 이유는 하나, 쉬어가기 위해서. 어느 일요일 밤, 부부는 마주앉아 이야기하다가 그들이 한 주 동안 주당 노동시간의 2배가 넘는 172시간을 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디오 PD와 회계사, 안정적인 수입과 사회적 위치가 있었지만, 정작 마음은 공허하기만 했다. 에너지를 재충전하기로 의기투합한 이 부부는 아는 사람도 없고 언어도 구사하지 못하는 마요르카를 삶의 터전으로 선택했다. 몸이 고되고 가진 돈은 적지만 마음만은 풍족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부부의 목표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한번뿐인 인생’을 의미한다. ‘현재를 즐기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도 통하는 말로, 인생은 한번뿐이니,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며 삶의 가치를 이뤄나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에 충실한 삶이라고 해서 충동적으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고, 사고 싶은 걸 모두 산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가 정한 틀이나 획일화된 삶을 거부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도전하며,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사는 것이 욜로적인 삶의 핵심이다. 때문에 욜로 라이프에는 단순히 갖고 싶은 것들을 적은 위시 리스트가 아닌, 죽기 전에 꼭 할 일을 적는 ‘버킷 리스트’가 필요하다.
욜로가 최신의 트렌드가 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재난이나 전쟁을 겪지 않은 지금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물질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렸다. 소비는 할 만큼 해봤으니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에 더 가치를 둔다. 대학까지 수료한 고등 교육자의 수가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고등 교육 과정을 마친 사람들은 삶의 가치와 행복을 물질이 아닌 정신적, 철학적인 것에서 찾는다. 결혼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사회 배경과도 관계가 있다. 평생 직장을 구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사회 체제를 벗어난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결혼과 육아에 대한 조급함이 없으니 악착같이 모으고 아끼기보다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며 사는 여유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며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 두 번 살 수도 없다. 한번뿐인 인생을 풍족하게 살기 위해, 사람들은 산을 오르고, 배우고 싶었던 살사를 추거나 여행을 떠난다.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나기도 한다. 후회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며 사는 삶, 욜로라이프가 새로운 삶의 화두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