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배우 김호영. 지금은 "맨 오브 라만차"에서 꿈과 이상을 좇는 돈키호테를 따르는 산초를 연기 중이다. 산초는 돈키호테와 달리 이성적인 인물이지만, 분장실에 앉아 우리는 돈키호테처럼 꿈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산초라는 인물과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얼마나 힘을 얻고 있는지도. 토크 콘서트 "호이 스타일 매거진 쇼"의 MC이기도 한 그는 어느 질문에도 긴 대답을 내놓았고, 여기에 실린 답변은 긴 대화의 아주 작은 조각이다.
산초를 연기하기 위해 집중한 부분이 있다면. ‘호산초’는 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는 것 같다.
내 배역을 대표하는 노래가 있다면 ‘좋으니까’다. 알돈자가 얻는 것도 없이 왜 돈키호테를 따라다니냐고 물어보지 않나. ‘그냥 좋으니까.’ 산초는 이성적이지만 그런 맹목적인 믿음과 기대를 보여주려 했다. 솔직히 내가 (오버) 하면 더한 사람인데 그냥 계속 돈키호테만 본다. 형들(류정한과 조승우)은 아마 얘가 왜 이렇게 쳐다보나 생각할 거다.
알돈자에게 서신을 읽어줄 때 손동작과 표정이 재미있었다.
내가 해서 다른 게 아니라 누가 해도 다를 것이다. 아마 내 쌍둥이가 와서 해도 다르지 않을까. 이번에 나만큼 연출에 충실한 사람도 없을 거다. 오히려 평소보다 자제해서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배우 류정한과 조승우, 두 명의 돈키호테와 함께하는 건 어떤가.
‘류동키’가 어디 가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되고 보호해줘야 할 것 같은 돈키호테라면, ‘조동키’는 어디로 튈지 몰라 무슨 일이 일어날까 조마조마하면서도 기대하고 따르게 되는 돈키호테.
웃음이 많은 극이기도 하다. 웃음을 참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나.
지금까지는 없다. 사실 웃음보다 되레 긴장을 더 많이 하는 작품이다. 내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무대가 가장 어둡다. 암실처럼 어두운 데에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기운이 빠진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한다. 또 돈키호테는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고 그걸 표현하는 배우 둘의 성향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센서티브하게 있어야 한다. 대사를 하는 타이밍도 다르니까. 웃음이 터질 겨를도 없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10년 전 처음 공연을 봤을 때는 들리지 않던 대사가 많이 와 닿는다. 예를 들어 “천 번을 치시오, 천 번을 일어날 테니.” 좋아서 시작한 거지만 요즘 비즈니스를 하면서(배우 김호영은 최근 자신의 회사 ‘호이컴퍼니’ 를 설립했다) 지치고 힘들고 수백 번씩 마음이 소용돌이치는데, 그 대사를 들으면 ‘그래, 난 아직 열 번밖에 치지 않았어. 그럼 몇백 번이 남았다는 거야, 할 수 있어!’ 이런 힘이 생긴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대사가 팍팍 와 닿아 ‘이거 지금 나를 위한 작품인가?’ 싶기도 하다.
꿈을 이야기하는 극이다. 배우 김호영의 꿈이 궁금하다.
나는 큰 꿈이 있다. 많은 분들이 나를 ‘김호영 배우’라고 하지만, 애칭인 ‘호이’라고도 많이 부르니까 ‘호이’ 자체가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 군대에 있을 때 힘들어서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찾기 시작하며 일기 형태의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게 ‘드림노트’가 됐다. 실제로 드림노트에 쓴 것들 중 99%가 이뤄졌다. 그렇게 하면서 그 안에서 나름대로 마음을 치유하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했다. 우연한 기회에 많은 병사를 상담해주고 강의도 하고 심지어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얘기를 들어주는 거 자체로 치유가 될 수 있고, 내가 사람들이 치유되는 데 도움을 주는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나도 연기를 잘하는 누구 같은 배우가 되어야 해’ 라고 생각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대한민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될 거야’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