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신데렐라"는 동화를 현대적 이야기로 각색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그리고 데뷔 12년 차 가수 윤하의 첫 뮤지컬이기도 하다. 일 때문에 뉴욕에 가게 되면 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한 편씩 보고 오고, 최근에는 창작뮤지컬 "아리랑"을 감명 깊게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그녀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신데렐라"니까요!”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현실에 굴하지 않는 당찬 신데렐라가 돋보이는 뮤지컬 "신데렐라"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윤하와 최적의 조합처럼 느껴진다.
뮤지컬 속 신데렐라는 원래 캐릭터와 조금 다르다. 솔직하고 밝고 진취적이다. 그래서 더 어렵지는 않았나.
동화 속 신데렐라의 가녀리고 조금은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이미지에서 신분상승을 하는 스토리도 물론 가지고 가야 한다. 하지만 계모와 언니들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꿈의 나래를 펼치는 신데렐라, 정치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왕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혜로움, 그리고 나중에 어머니를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드넓은 사람. 신데렐라는 여러 캐릭터가 혼재된 것 같다. 그래서 전형적인 면과 현대적인 면을 복합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조금 있었다. 뭐 하나라도 튀게 되면 그 캐릭터가 세 보이거나 악해 보일 수 있더라. 정도를 지키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것을 어떻게 조율했나.
다른 신데렐라, 마리, 크리스토퍼 배우들한테 매일같이 전화를 했다. 만약 전화비가 정액 요금제가 아니었다면 몇 백만원은 나왔을 거다. 귀찮아해도 굴하지 않고 계속 전화해서 물어봤다. “이 부분은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연출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저는 여기를 이렇게 풀고 싶은데, 이러면 신데렐라에서 너무 벗어날까요?” 이렇게.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좋아하거나 꼭 나누고 싶은 대사가 있다면.
“한때는 제 이름이 불려지는 게 싫었지만, 오늘부터는 아니에요. 누군가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때 제 이름을 떠올리면서 희망을 가질 테니까요” 라는 신데렐라의 대사가 극 전체를 다 설명해주는 느낌이다. 내 인생을 설명해주는 느낌이기도 했고. 마리라는 요정이 와서 예쁘게 옷을 갈아 입혀주는 이런 동화 속 내용이 그대로 재현되기는 하지만, 자신 안에 믿음이 있지 않으면 그 요정을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모든 연이라는 게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때, 희망을 가지고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 대사를 추천한다.
초반 장면 중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신데렐라가 혼자만의 공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혹시 어릴 적 가족과 떨어져 일본에서 미래를 그리던 때를 떠올리게 하지는 않았나?
아무래도 오버랩 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장면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눈물도 많이 흘렸다. ‘아니, 얘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어떤 동질감 같은 것도 느끼고 가엽기도 하고, 그리고 씩씩하게 이겨내는 게 기특하기도 하고 말이다. 정이 많이 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