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고, 카이스트 출신의 연출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연출가가 되리라는 걸 언제 깨달았나?
고 등학교 2학년 수료식 때 연극반 담당선생님께서 연극반 공연을 보시고 연극 공부를 계속해보라고 하셨을 때. 카이스트 진학하는 애한테 이게 무슨…. 록 밴드와 연극동아리 엠티가 겹쳤는데 연극동아리를 선택했을 때. 브레히트를 처음 공부했을 때. 고2 때 연출로서 공연을 올리고 어떤 장면에서 ‘헉’하는 관객의 숨소리를 들었을 때.
연극으로 시작해 현재 뮤지컬까지 활동범위를 넓혔다. 서로 초점을 맞추는 포인트가 다를 것 같다. 각각 어떻게 임하고 있나?
사용하는 도구와 문법이 다를 뿐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장르라는 점에서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 창작자를 꼽아달라.
브레히트.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역사에 남겼지만 그가 시도한 것은 그저 형식이 아니라 혁명이었다. 그리고 올리버 스톤. 할리우드 메이저 감독으로서도 소신 있게 자기 이야기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에 충격받았다.
쉴 틈 없이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치는 순간이 있지 않나?
[히 스토리 보이즈]에서 헥터라는 등장인물이 고백한다. ‘아이들의 생기로 내 삶의 온기가 채워지길 바랐다… (중략) 하지만 이제는 애들이 일이 되어버렸다.’ 연출하는 것은 늘 행복한 일이었는데 책임져야 하는 일들, 특히 자본의 논리를 지켜줘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지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반짝이는 순간을 한번 맛본 사람은, 그걸 계속할 수밖에 없다.
다음 작품은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다. 이전 시즌과 달리 어떤 부분을 기대하면 좋을까?
대 부분의 배우들이 새로운 배우인 만큼 이 어렵고 아름다운 텍스트가 배우들을 통해 어떻게 발화되는가. 기대해달라.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말하듯이 인류는 넘겨주고 받아서 느껴보고 또 넘겨주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왔으니까. 이 공연이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볼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