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힙합 문화가 태동한 것은 1990년대 초다. 김수용 작가가 만화책 [힙합]에서 일러주었듯,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인 그래피티 또한 90년대에 시작되었다. 반달(Vandal), 코마(KOMA), 후디니(Hudini), 산타(Santa), 가루 등으로 대표되는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압구정동에서 한강으로 통하는 지하 통로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자신만의 표식을 새겼다. 그들의 서명은 압구정 나들목에서 홍대, 신촌, 이태원 등지로 퍼졌다.
그 후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가 등장했다. 미국에서부터 이어진 그래피티가 힙합 문화의 한 축으로써 저항적이고 반항적 이미지의 ‘힙합 스타일’이라 한다면, 스트리트 아트는 어반 아트(Urban Art)와 같은 개념으로, 현대미술에 가깝다. 스트리트 아티스트인 정크하우스(JunkHouse)는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트를 음악 장르의 발라드와 일렉트로닉 음악에 비유하며, 이 둘이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서울 거리에서 예술이 태어난 지 20여 년이 됐다. 거리에서 시작된 예술은 여전히 불법이고 정부의 지원이나 대중문화 혹은 예술로서의 이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티스트에게 거리는 늘 캔버스이자 갤러리다. 이들은 계속해서 거리로 나와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덮기를 반복하며,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한 자신만의 재능과 예술은, 지금도 누군가 아는 체해주길 바라며 서울의 거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