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라이프 서울
PHOTO: PARK JU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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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라이프 서울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공간, 그리고 자연을 삶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도시의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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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에 시달리는 일개미에게, 2–3년마다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도시 유목민에게 자연은 사치일까? 소심하게 사무실 책상 위에 작은 화분을 놓아보기도 하고 주말엔 가까운 공원과 산에 기대는 사람들. 하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더 적극적으로 자연을 찾고 있다. 직접 텃밭을 가꾸고, 좀 더 건강하고 자연적인 먹거리를 찾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노력한다. 그런 노력은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도 바꾸어나가고 있다. 글 김혜원, 황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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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묻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묻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노력은 이제 서울 도심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직접 키운 식재료로 요리를 하고 파는 공간들, 도심의 건물 옥상에서 벌을 키우고, 도시농업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서울시도 적극적인 그린정책과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 계획되어온 정책과 실현된 그린정책들에 대해 서울시장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자연을 맛보는 봄 파머스 가든
자연을 맛보는 봄 파머스 가든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여 분을 달려 간 양평. 그곳에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와 식재료로 요리하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레스토랑이 있다. 지붕을 제외하고 사면이 통유리로 된 그림처럼 예쁜 건물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연이은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날임에도 건물 안은 손님으로 가득했다. 이곳의 주인 곽상용 대표를 만났다. “우리 밭에서 나는 것과 풍부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요. 과일, 채소, 생선, 이런 것들은 제철에 제일 맛있으니까요.” 샐러드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채소는 텃밭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다. 텃밭의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 소스 파스타는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다. 토마토 통조림으로 만든 파스타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토마토가 제철인 8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하절기와 동절기, 농작물을 키우기 어려울 땐 주변 농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세 번 곽상용 대표가 직접 장을 본다. 파스타에 들어가는 어패류는 하남수산시장에서, 스테이크용 고기는 마장동에서 구입한다. “우리가 쓰는 고기는 다른 고깃집하고 달라요. 마블링(Marbling)보다 티슈(Tissue)가 중요해요. 45일에서 60일 동안 지하에서 저온 숙성하거든요.” 달걀은 곽상용 대표가 친구처럼 키우는 10마리 닭이 낳은 유정란이다. 텃밭에서 방금 따온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다. 토마토가 이렇게 시큼했나? 바질의 향이 이렇게 진했나?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맛을 음미하게 된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텃밭도 훌륭한 정원이다. “채소도 정원의 꽃처럼 키울 수 있어요. 모든 채소가 꽃을 피웁니다. 상추도 꽃이 피죠. 루콜라 꽃은 황홀하게 예뻐요.”

사실 봄 파머스 가든은 텃밭과 레스토랑, 그리고 갤러리와 야외 공연장이 있는 커다란 정원이다. 곽상용 대표가 2년간의 기획, 2년간의 시공을 거쳐 3년 전 오픈했다. 스스로를 정원사라고 소개하는 그가 직접 가꿨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그의 정원에서 꽃과 나무는 원래 있었던 것처럼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다. 봄 파머스 가든을 거닐다 보면 다른 정원 혹은 수목원과 다른 점을 발견한다. 식물의 학명이 적힌 표찰이 없다. “여기까지 와서 공부할 필요는 없어요. 여기는 쉬는 곳이에요. 표찰을 달면 사람들이 그거만 쳐다보고 가요. 큰 걸 놓쳐요. 항상 제가 있으니까 그냥 저한테 물어보시면 돼요. 그럼 제가 이름만 가르쳐드리겠어요? 언제 꽃이 피고 어떻게 번식하는지 다 가르쳐드리죠.” 시커멓게 탄 얼굴로 곽상용 대표가 웃었다. 봄 파머스 가든이 가장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것은 4월이다. 65년 된 벚나무 군락지 덕분이다. 탁 트인 시야와 푸른 나무, 멀리 보이는 남한강에 큰 숨을 내쉬게 된다. 도시에서 결코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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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바이오틱 쿠킹 스튜디오, 뿌리온더플레이트
매크로바이오틱 쿠킹 스튜디오, 뿌리온더플레이트
정제하지 않은 통곡물과 콩, 신선한 채소를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을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이라 부른다. 뿌리부터 껍질까지 음식의 전체를 섭취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식사법이나 조리법 정도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생활까지 아우르는, 넓은 범위의 개념이다. 서울에도 이 낯선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작은 공간이 있다. 강대웅, 이윤서 부부가 2013년 9월 오픈한 자연식 카페 뿌리온더플레이트.

카페의 주메뉴는 설탕과 동물성 식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현미케이크와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로, 죄책감 없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디저트다. 한 달에 네다섯 번 정도는 팝업 레스토랑도 진행한다. 메뉴는 매달 바뀐다. 주로 계절 채소와 곡물을 이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대표 메뉴는 현미 도우 위에 다양한 채소를 얹은 비건 피자. 먹어본 경험으로 이야기하자면 비건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증명하는 음식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식은 조리를 최소화해서 식재료 전체를 섭취하는 방식을 따른다. 건강한 채소와 과일은 4년째 출점하고 있는 도시 장터 마르쉐의 농부들과 교류하며 직접 구매하고, 또 조합원과 생산자 협동으로 농촌 지역 공동체를 돕는 두레생협이나 한살림도 자주 이용한다. 몇 번을 소리 내어 읽어도 아직은 이름마저 생소한 매크로바이오틱.

이 ‘자연스러운’ 생활방식에 일과 생활을 오롯이 내건 이유는 뭘까? 이윤서 대표는 6살 무렵부터 앓았던 건선을 3달간의 자연 치유와 채식으로 극복했다. 26살 당시 몸의 70 – 80%가 건선으로 뒤덮여 회사까지 그만둬야 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식단과 자연으로 치유한 석 달간의 과정이 허무할 정도였다. 누구보다 뼈저리게 음식과 자연의 힘을 경험한 그녀는 단순히 식단이 아닌 생활 자체를 바꿔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정서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일상을 위해 선택한 것이 매크로바이오틱이다. 미국에서 정식 코스를 마친 뒤 귀국해 작은 스튜디오를 오픈했고, 채식과 매크로바이오틱을 실천하며 차근차근 경험한 변화와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그린라이프라는 게 단순히 자연과 가까운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본인이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서 좀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먹는 문제를 떠나 생산자를 존중하고 생명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범위까지 확산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음식이 바뀐다는 건 생활의 모든 부분이 달라지는 걸 의미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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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로 가득한 카페, 벌스가든
식물로 가득한 카페, 벌스가든

연남동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벌스가든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다. 대나무와 유칼립투스, 머루포도 등 식물이 건물 외관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꽃과 식물로 가득한 내부가 나타난다. 정면으로 드라이플라워로 만든 벽이 보이고, 천장에는 행잉 플랜트와 드라이플라워가 매달려 있다. 사방이 꽃과 식물이다. 진한 꽃과 허브 향에 정신이 아찔하다. 벌스가든은 플라워 카페이자 가드닝과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를 주업으로 하는 ‘벌스’의 안테나 숍이다. 음료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꽃과 식물을 접하고 살 수도 있다. ‘살아가는 데 식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김성민 대표가 반려식물의 의미를 되새기고 꽃과 식물이 주는 행복감을 알리기 위해, 식물을 접할 수 있는 카페로 꾸몄다. “많은 사람을 만나려면 그냥 가드닝 숍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연남동이라는 공간에 식물을 사러 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가게에서 꽃다발을 만들어주기도 하고(후에 드라이플라워로 만들 수 있는 꽃만 판매한다), 식물을 사고자 하면 집의 환경은 어떤지 확인한 뒤 ‘분양’하며, 카페 옆 조그만 텃밭에서 키운 허브로 차를 만든다. 페퍼민트, 애플민트, 로즈메리, 초코민트 등 6가지 허브의 잎을 따 우려낸 가든 티가 대표 메뉴. “집에서 식물을 키워 이렇게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커피에 꽂은 빨대 끝에 허브 잎 하나가 끼워져 있다. “허브 잎도 같이 드세요. 스테비아라고 설탕처럼 단맛이 나는 허브예요.” 물에 띄워주는 버드나무 잎도 아니고, 의심을 품고 입에 들어온 허브잎을 씹자 놀랍도록 단맛이 난다.

벌스가든은 김성민 대표의 가장 실험적인 무대이자 정원이다. “뮤지컬 배우를 했을 때 사람들이 나의 연기에 공감해주는 게 좋았어요. 말로 하면 조금 유치한데, 내가 식물로 꾸민 공간 자체가 연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고 느끼기도 하잖아요.” 남산의 피피서울이나 역삼동의 카페 413프로젝트의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김성민 대표의 작품. 벌스가든은 기본적으로는 계절에 따라, 더 잦게는 김성민 대표의 기분에 따라 디자인을 바꾼다.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게 특징이다. 봄에는 건물을 벚꽃으로 둘러쌌고 가을에는 억새풀을 둘렀다. 일상에서 식물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모든 게 담긴 공간. 벌스가든을 카페로 규정해도 될까? “카페가 맞아요. 그런데 식물이 많으니까 손님들이 헷갈려 하세요. 꽃집이라고 하는 분도 있고요. 저는 정확하지 않은 게 좋아요. 그냥 이 공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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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없이 가드닝하는 숍, 노가든
정원 없이 가드닝하는 숍, 노가든

통인동 대로변을 걷다 보면 카페 가비(Gavi)가 보인다. 갈색 차광막 아래에 30여 개의 화분이 놓여 있다. 선인장은 위로 곧게 솟아오르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제 멋대로 몸을 비튼 줄기에 달린 가시를 보고서야 선인장이구나 싶다. 카페에 장식용으로 놓은 화분치고는 특이하다 싶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오른쪽 유리창의 하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노가든(No Garden)’. 카페 한쪽에 경계 없이 자리 잡은 노가든은 가드닝 숍이다. 잡지 < 보그 > < 마리끌레르 > < 인스타일 >의 피처 에디터이자 < 메종 >의 편집장을 지낸 노은아 대표가 차렸다. 노은아 대표가 처음부터 가드닝 숍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다. 식물을 ‘예쁘다’, ‘좋다’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야생화 분재를 즐겨 하는 시어머니 어깨 너머로, 식물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을 ‘염전에 소금이 길러지듯’ 자신도 모르게 학습했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식물은 모두 노은아 대표가 키워본 식물이자 ‘정말 좋아하는 것’이다. “제가 직관적으로 꽂히면 가져오는 거예요. 차에서 내릴 때 ‘내 눈은 보석이다, 나는 정말 좋은 식물을 찾아낼 수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요.” 다부진 줄기에 달린 동그란 잎이 귀여운 다육 자빌리, 수수깡을 붙여 만든 것 같은 파티오라 선인장, 빨갛게 새순이 돋아나는 자남나무, 그리고 유칼립투스 전문 숍이 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유칼립투스 등이 가득하다.

노가든에서는 식물을 사기 전에 이것저것을 먼저 물어본다. 직접 키울 것인지, 선물할 것인지를 알고 나면, 햇빛은 많이 들어오는지, 야근은 많은지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확인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고 거기에 맞는 식물을 제안하거나 혹은 제한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식물과 서로 반려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관계 설정이 가능한 식물인지를 봐야 해요.” 사 간 식물을 자꾸 죽이다 보면 사람들은 자신감도 없어지고 식물은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식물에게도 지금까지 살아온 리듬이 있다. 그걸 이해하지 못했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얘를 잘 살리고 싶다, 잘 살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중요해요.” 자신의 환경과 맞고 믿음을 보이면, 식물도 응답을 한다. 유행이 아닌 취향으로 고르고 각각의 식물에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명확히 아는 이곳은 식물을 삶으로 들이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참고로 노가든의 부제는 ‘Gardening Without Garden’ 이다. 도시에서는 다세대주택이든 아파트든 흙을 떨어뜨리며 분갈이를 하기가 쉽지 않다. 원하는 식물과 토분을 골라 이곳에서 직접 분갈이를 할 수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예쁜 토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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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슬로우파마씨
식물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슬로우파마씨
서울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경기도 광주의 한 복합문화공간. 1층 카페로 들어서자 온통 푸른 식물로 가득 찬 한쪽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손가락보다 훨씬 큰 잎을 지닌 몬스테라, 작은 몸통이 촘촘하게 가시로 뒤덮인 선인장, 축 늘어지며 길게 자라는 탓에 벽걸이처럼 화분을 높게 걸어두어야 하는 행잉 플랜트까지 마치 식물원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잠깐 거닐기만 해도 몸이 정화되는 것 같은 이 장소는 사실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이 아닌 ‘슬로우파마씨’의 팝업 스토어. 팍팍한 도시에 식물이 있는 일상을 제안하는 이들은 이렇듯 의뢰가 들어온 장소를 식물로 스타일링하거나, 쇼룸과 팝업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반려식물을 추천한다. 

광고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이구름 대표는 28년째 꽃집을 운영 중인 어머니와 6년 차 플로리스트인 언니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식물을 접했다. 식물을 직접 키우는 소소한 행복을 전해주고 싶었던 그녀는, 우선 집에서 작게 키울 수 있는 식물과 키트를 구상했다. 투명한 작은 비커에 흙과 선인장을 옮겨 담은  ‘비커 선인장’과 밀폐된 투명 유리 화병 속에 이끼와 피규어를 함께 넣은 ‘이끼 테라리움’이 바로 그렇게 탄생한 작품. 특히 이끼 테라리움은 흙, 돌, 장식용 피규어를 따로 포장한 DIY 세트를 판매해 흙을 원하는 만큼 층층이 깔고, 이끼와 피규어를 직접 장식할 수 있게 했다.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면 살 수 있는 식물이 수십 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온라인으로는 제한된 종류만 주문할 수 있다. 이유를 묻자, 꽤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아끼던 식물이 가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너무 화가 나요. 본인이 출장을 자주 가는지, 집이 통풍은 잘되는지, 신중한 대화를 통해 분양하고 싶은 게 저희 욕심이에요. 직접 드리는 게 저희가 식물을 가장 예쁘게 드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제대로 책임질 수 없을 것 같은 고객에게는 정말로 식물을 팔지 않기도 한다. 오히려 ‘구매하는 대신 쇼룸에 자주 놀러 오라’고 친절하게 회유한다.

 “식물을 키우면 진짜 삶이 바뀌는 걸 경험할 수 있어요.” 빠른 효능의 약 대신, 천천히 자라는 생명과 함께하는 느린 삶, 침착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이들의 처방은 신통하게도 그 효능을 인정받는 중이다. 브랜드와 협업해 이벤트 공간을 디자인하거나 식물을 이용해 전시를 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덕분에 이들의 손길이 닿은 자리는 미술관, 백화점을 막론하고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좀 더 가까이에서 ‘그린 라이프’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단 반포동 쇼룸을 방문하면 된다. 식물에 관한 모든 지식과 애정을 공유하려는 자세로 당신에게 꼭 맞는 처방전을 쥐어줄 것이다. 그게 작은 거실이든 넓은 정원이든, 방법은 모두 이 ‘느린 약국’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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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옥상에서 꿀벌을 키우다,  어반비즈서울
서울 옥상에서 꿀벌을 키우다,  어반비즈서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완전히 사라지면, 4년 이내에 인류도 몰락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꿀벌은 30~40% 정도 감소하는 추세 심지어 국내 토종벌은 2010년 ‘낭충봉아 부패병 바이러스’로 90% 이상 그 수가 감소했다. 꿀벌과 인류 멸망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꿀벌은 꽃가루를 옮겨주는 매개 곤충 중 하나예요. 전 세계 100대 농작물의 70%가 꿀벌의 이 가루받이 작용으로 자라죠.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먹는 곡물 가격은 엄청나게 치솟고, 매년 140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국내 최초로 도시 양봉을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의 설명이다. 원래 환경 보호와 사회적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박진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취미 삼아 양봉을 시작하게 되었다. 벌통 하나와 집기 몇 가지를 40여 만원에 구매했고, 인터넷으로 모은 4명의 멤버와 난생처음 꿀벌을 키워보게 된 것. 제대로 도시 양봉을 하는 사람이 없던 터라 여러 매체의 주목도 많이 받았다. 여기저기서 양봉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과 장소를 내주고 싶어 하는 기업이 생겨나자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꿀벌과 환경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차리게 된다. 어반비즈서울은 현재 도심 속 26개의 공간에서 400만 마리의 꿀벌을 키우고 있다. 도시 양봉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연단위 교육도 진행한다. 더 많은 양봉가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사실 바쁜 삶을 살면서 직접 양봉까지 실천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고안한 방식이 ‘허니뱅크’. 직접 벌을 키우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투자금(최소 2만5000원부터)을 내고, 어반비즈서울이 도심에서 건강한 양봉장을 늘리고 운영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형식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투자한 금액에 따라 투자자들은 도시의 꿀벌이 열심히 모은 꿀을 배송받는다.

시골보다 꽃도 없고 공기도 오염된 도시에서 벌이 잘 살 수 있을까, 의문도 든다. 벌은 고온에서 더 잘 살기 때문에 도시의 열섬 현상이 오히려 이들에게는 편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무엇보다 도심에서 벌을 키우는 일은 사실 인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양봉을 하게 되면 주변의 꽃이 20% 정도 더 많이 펴요. 꽃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곤충과 새가 더 유입되고 결국 도시의 자연이 좋아지는 것이죠. 꿀벌이 더 살아가기 좋은 환경이 되어야 자연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어요. 자연은 인간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지만, 인간에게는 꼭 자연생태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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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옥상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파릇한 절믄이’들
빌딩 옥상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파릇한 절믄이’들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리던 8월의 어느 날, 마포구 구수동에 있는 한 건물 옥상을 찾았다. 35℃를 육박하는 날씨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5층까지 계단을 오르자 채 5분도 안 돼 이미 온몸이 땀범벅. ‘아, 여기서 농사를 짓는 사람은 반쯤 탈진해 있겠구나’ 예상하며 옥상문을 들어서자 간이 튜브에서 물놀이를 하던 김나희 대표가 노란색 비키니 차림으로 인사를 건넨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다’며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돌아온 그녀는 말 그대로 ‘도시’의 농부였다. 검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한 얼굴에, 흙이 잔뜩 묻은 삽을 들고 자연스럽게 맨발로 텃밭을 거닌다. 해를 많이 본 팔과 어깨는 까무잡잡하게 타 있다. 조합원으로 시작해 작년 1월부터 그녀가 운영을 도맡아 하는 ‘파릇한 절믄이’는 ‘Local food for city healing’이라는 비전 아래, 도시 농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지역 커뮤니티다. 3월부터 10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농사 모임을 갖고, 목요일에는 텃밭에서 나는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다.

계절마다 종류는 다르지만 1년을 기준으로 토마토, 바질, 옥수수, 감자, 각종 허브 등 꽤 다양한 먹거리를 수확한다. 이곳 구수동의 옥상 외에도 서울시에서 지원받아 한강대교 노들텃밭의 10평 정도 되는 공간에도 공동체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감상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다. 자연재해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자급자족을 가능하게 해주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또한 멀리서 수입하는 먹거리에 사용되는 방부제나 농약, 항생제 같은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도 훨씬 좋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뜻이 맞는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 건강한 농산물과 자연, 도시 농업에 관심 있는 ‘독거 청년’이라면 누구든 파절이의 멤버로 활동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을 신청하면 가지 치기, 잡초 제거, 작물 모종판 만들기, 요리클래스 등 달마다 열리는 이벤트에 참여가 가능하다. 옥상은 모두의 공간으로 사용되므로 월세와 공과금, 유지비를 개인당 월 1만원의 회비로 함께 부담한다. 한 가지 조건은 꼭 젊어야 한다는 것.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생각과 마음이 젊은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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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 페어

토종 품종인 앉은뱅이밀로 만든 빵, 강원도 정선의 더덕, 두릅으로 만든 저염 장아찌, 현미로 만든 케이크. 매월 둘째 주 일요일 혜화동에서 열리는 마르쉐@혜화에서 살 수 있는 음식들이다. 이곳에서는 흥정이 아닌 ‘대화’가 오간다. 이 채소는 어디에서 자랐고, 이 음식은 어떻게 요리한 것인지 묻고 답하는 대화가 이어지는 풍경은 지금껏 봐온 시장과는 조금 다르다. 2012년부터 이어진 마르쉐@은 요리사, 수공예가들이 함께하고 있지만 농부를 중심으로 한 시장이다. 환경단체 활동가로 일하던 이보은 씨는 4대강 사업을 지켜보며 감수성의 부재를 느꼈다. 그리고 텃밭을 가꾸는 게 감수성을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도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도시 농부들의 플랫폼 같은 시장 마르쉐@의 기획으로 이어졌다. 마르쉐@에 농작물을 출품하는 농부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도시 근교의 농부와, 소규모로 경작하며 다품종을 소량 생산하는 귀촌 농부, 그리고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 2세대, 3세대의 젊은 농부들이다. 작물을 키우는 방식에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손님과 요리사와 대화하며 농부들은 자연스럽게 더 나은 방식을 찾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준혁이네’는 처음 마르쉐@에 참여할 당시에는 비료와 농약을 조금씩 사용해 농사를 지었으나, 1년 반 뒤 유기농법으로 전환해 다시 시장을 찾았다.

마르쉐@은 매달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시장을 꾸린다. 지난 7월 말에는 ‘꿀’을 주인공으로 한 장이 열렸다. 전국에서 20여 가지의 꿀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카시아꿀과 밤꿀 아니면 잡화꿀을 취급하죠. 그런데 밀원(벌이 꿀을 빨아오는 원천)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거든요. 꿀에 이름을 찾아줬죠. 산벚나무꿀, 팥배나무꿀, 밀감꿀. 그러면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맛은 산벚나무였어’ 하고 느끼는 거예요. 이런 다양성의 차이가 주는 즐거움이 있잖아요. 이것을 누릴 수 있는 기호를 가진 소비자를 만들어내는 게 또한 마르쉐@이 필요한 이유예요.”   마르쉐@ 시장에는 없는 게 몇 개 있다. 우선 일회용품의 사용을 지양해 비닐봉투와 일회용기가 없다. 개인 바구니와 컵, 그릇을 가져와야 한다.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보증금을 내고 그릇을 빌릴 수 있다. 판매자에게 그릇을 돌려주며 또 한번 즐거운 대화를 나누게 된다. 마르쉐@은 혜화동뿐만 아니라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는 명동, 양재 등 서울 곳곳을 돌아가며 열린다. marchea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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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자연’을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매일 ‘자연’을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도시에 살면서 직접 작물을 키우거나 매일 농장에 갈 수는 없는 노릇.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것을 기본으로, 이미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검증한 식재료 쇼핑몰부터 귀농한 젊은이들이 꾸려나가는 소규모 농장까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농산물 사이트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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