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묻다

<타임아웃 서울>에서는 9월호 특집으로 ‘그린라이프 서울’을 다루었습니다. 서울 도시 안에서 텃밭을 가꾸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으며, 식물을 키우고 가꿀 수 있는 곳들과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시장님께서도 이런 ‘그린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표적으로 성과가 있었던 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서울은 ‘그린정책’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인데요, 도시농업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이미 뉴욕, 밴쿠버, 도쿄 등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는 환경문제와 도심 생태계 회복을 위해 도시농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죠. 서울은 제 취임 이후인 2012년 ‘도시농업 원년’을 선포하고 정책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동안 농업이란 게 도심에서 먼 외곽으로 나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아이들도 일상에서 쉽게 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옥상텃밭과 학교농장, 상자텃밭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심텃밭 형태로 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있지요. 그 결과, 지난 3년 간 서울시내 도시농업 면적이 4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이제는 ‘도시재생’에도 농업을 접목해 새로운 주거재생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종로구 성곽마을 행촌권입니다. 얼마 전 직접 이 지역을 방문했는데 학생들이 학교 옥상텃밭을 경작하며 먹거리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주민들이 양봉장과 육묘장을 운영해 판매수익까지 내는 것을 보며 도시농업의 가능성을 재차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도심 속에서 그린라이프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추천해 주신다면 어디가 있을까요? 친환경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매일 출근하는 서울시청 건물이 그린라이프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 혹시 아셨나요? 서울시청 정문에 들어서면 1층부터 7층까지 내부 벽을 따라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정원이 꾸며져 있어요. 면적은 축구장 면적 3분의 1에 맞먹는 규모지요. 이 수직정원은 보기에도 좋을 뿐 아니라 공기 정화와 습도 조절도 합니다. 또, 지난 7월 도시재생 곳곳을 누비는 현장을 다녀보니 주민이 함께 텃밭을 가꾸고 과일, 채소를 길러먹는 '그린라이프'를 통해 건강도 챙기고 공동체도 회복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산새마을이라는 곳에 가보면 캠핑장으로도 쓰이는 마을텃밭이 하나 있는데요, 30년간 도축장, 폐가, 폐기물 적치장으로 방치됐던 공간을 주민 스스로 정비해 녹색공간으로 일궈낸 곳이죠. 서울 전역에는 이와 비슷한 시민 텃밭이 55군데나 있습니다. 가족농장, 주말농장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할 수 있지요. 서울시는 2018년까지 이런 도심 속 텃밭을 1,800개소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2014년부터는 노들섬 텃밭도 운영되어 왔는데, 앞으로는 시민들이 공연과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한 공사가 2017년 1월부터 시작된다고 들었습니다. 노들섬 텃밭을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면 그동안 중요하게 강조해 오신 ‘도시농업’을 더 잘 실천하고 체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노들섬 텃밭을 계속 운영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노들섬 텃밭은 제 취임 이듬해에 제1호 도시농업공원으로 지정한 곳입니다.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이 장기 보류됨에 따라 빈 땅으로 남아있던 노들섬의 1/4 정도를 시민에게 개방해 텃밭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죠. 현재 노들섬 텃밭은 10개 도시농업 공동체에서 일부를 가꾸고 있고, 도시농업 학습장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일부는 시민에게도 분양 중이죠. 비록 올 연말에 노들섬 텃밭 사업은 끝이 나지만,  방치됐던 공간을 도심 속 대형 텃밭으로 가꿔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농사짓기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시민에게 도시농업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상반기에 노들섬은 음악을 테마로 한, 실내?외 공연장, 공원, 상점가, 카페 같은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는 복합문화기지로 변신할 예정입니다.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 같은 친환경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신 서울역 고가도로의 개발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차량길로 수명을 다한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는 대신 보수와 보강을 하고, 꽃과 나무, 카페와 도서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는 ‘사람길’로 재생하는 사업입니다. 실핏줄처럼 뻗어나갈 17개 보행길이 명동, 남대문시장 등 관광명소와 중림동, 청파동, 서계동 같은 인근 지역을 연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그 영향력을 주변으로 확산, 서울 서부지역이 역사적 재도약의 기회를 맞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7월부터 바닥판 설치 작업 중에 있으며, 내년 4월 개방을 목표로 나머지 공사를 진행해갈 것입니다. 내년 3월까지 고가 상부에 카페, 도서관, 전시장, 소규모 공연장 같은 편의시설과 벤치겸용 화분 등을 설치하는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고요. 특히, 서울역고가에 꽃과 나무를 심고 최적화된 인공지반 녹화 시스템을 구축해서 사계절 다양한 경관을 선사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도심 속 공중정원이자 다양한 체험과 휴식이 있는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시장님이 알고 계시는 그리고 인정하는 서울의 자연친화적인 건축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서울을 감싸고 있는 한양도성을 들 수 있습니다. 한양도성은 서울의 내사산(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 정상과 능선을 따라 축조되었습니다. 600년 넘는 시간 동안 도시의 환경이 수시로 바뀌었음에도 시간을 초월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참 경이로운 곳입니다. 친환경건축물 최우수등급과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은 서울시청 신청사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시장님의 건강 비결은 채식과 소식을 하고 야식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갈수록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지고 있고, 사람들도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보전’과 ‘친환경식단관리’ 등 ‘그린라이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인 계기도 있으신가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비만과 성인병이 고민 아니겠습니까. 저도 시장이 된 이후 배가 나오는가 싶더니 요즘엔 옆구리 살까지 붙더라고요. 되도록 채식과 소식을 하고 야식은 지양하는 그린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그린라이프’를 위해서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챙기는 게 핵심입니다. 시장이 된 후에 추진한 3대 개혁 중 하나도 ‘친환경 무상급식’이었고요. ‘그린라이프’는 ‘인간과 환경의 조화와 균형’을 지향하는 삶이자 제가 평생을 통해 견지해온 가치이기도 합니다.

친환경정책과 사업은 서울시에게, 그리고 시장님에게 왜 중요한 것입니까?

환경은 시민 안전과 도시 생존 즉, 지속가능한 도시의 기본 전제입니다. 수명을 다한 서울역 고가를  녹색 보행길로 재생하는 ‘서울역7017프로젝트’나  슬럼화 된 세운상가를 허물지 않고 최대한 보존해 고쳐쓰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입니다. 또 기후변화 극복을 위해 추진해온 ‘원전하나줄이기’ 2단계 사업은 2020년까지 1천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이고 전력 자립률을 20%까지 높여 에너지 자급이 가능한 도시의 토대를 갖춰갈 계획입니다.

<타임아웃 서울>에서 창간호 특집으로 ‘24시간 잠들지 않는 서울의 24가지 매력’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의 매력이 어디 스물 네 가지만 있겠습니까마는, 시장님이 생각하시는 서울만의 매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서울에 세 가지 보물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수도 서울의 2천년 ‘역사’와 내사산과 외사산이 둘러싸고 한강이 가로지르는 ‘자연’ 그리고,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입니다. 이 세 가지 보물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역사와 자연 위에 시민의 열정과 창의가 더해져 만들어내는 ‘역동성’과 ‘다양성’은 더욱 특별한 매력이라 할 수 있겠죠. 대표적으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여의도 한강공원 등에서 열리는 ‘밤도깨비 야시장’에 가보면 수십 대의 개성 넘치는 푸드트럭에서 젊고 창의적인 셰프들이 만드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활기 넘치는 서울 밤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행사로 꼽히기도 했지요.

<타임아웃 서울>은 매거진이나 웹사이트(www.timeoutseoul.kr)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국내 매체로는 최초로 LGBTQ에 관한 고정 섹션이 있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LGBTQ 커뮤니티의 소식과 그들을 위한 정보, 읽을거리, 그리고 일반도 함께 알아야 할 내용들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룹니다. 박원순 시장님의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입장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인권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지 다시 한 번 밝혀주실 수 있으신지요.

천만 시민의 도시 서울시장으로서의 책무는 시민 한 분, 한 분의 권리를 지켜드리는 것입니다. 서울시민은 그 존재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하며,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 받으면 안 되지요. 제 입장은 서울시장은 비정규직에서부터 장애인, 새터민, 이주노동자 등 그 어떤 약자도, 그 어떤 소수도 배척당하거나 차별 받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