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동역 부근의 빈티지 시장인 서울 풍물시장은 곡절 많은 한국 근현대사와 맞물려 같이 흔들려왔다. 일제강점기 빈민층을 중심으로 청계천 부근 황학동에 형성된 ‘도깨비시장’이 한국전쟁 이후로는 고물상과 함께 초기의 모습을 갖추었고, 청계천 복개공사가 완료된 1973년에는 인근의 삼일 아파트를 중심으로 중고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때 전국 곳곳에서 수집된 물건 중 진품이 출몰하면서 유명세를 얻었으며, 한때 100여 곳이 넘는 골동품상이 들어차기도 했다. 이후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전하면서 ‘동대문 풍물벼룩시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08년에는 다시 신설동으로 이전, 지금의 ‘서울 풍물시장’이 되었다. 오늘의 서울 풍물시장은 2층 규모의 상가에 밀집한 가게들과 주변의 상권을 아우른다. 상가는 구획별로 보라동, 노랑동, 초록동 등 색깔별로 나뉘어 있어 둘러보기 편하고 갖가지 중고물품은 물론 토속상품과 옛날식 먹거리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2층에는 ‘옛것’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창업 공간인 ‘청춘1번가’ 라는 이색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특별히 남색 동에 있는 중고 음반 가게엔 한 장에 200만원을 호가하는 김광석 4집을 비롯해 희귀음반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고 ‘서울근현대사’라는 소품가게는 옛날 돈이나 우표, 전화기에 잉크병까지 눈구경만으로도 이야기가 넘치는 곳이다. 이 오래된 것들의 천국 속을 걷다가 허기가 찾아오면, ‘맨발의 디바’라는 가게 이름처럼 진짜 맨발로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네로 가자. 천원짜리 과일화채와 고기튀김 한 그릇이면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시간여행이 다시 시작이다.
청춘 1번지에 입주한 상인
최진미(라온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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